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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식 자본주의와 분리하라”… 금융권 옥죄기 나선 中

입력 : 2021-10-12 21:00:00 수정 : 2021-10-12 23: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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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지시에 전면 조사 착수

국유은행·투자펀드 등 25곳 대상
민간기업과 밀착 거래·결정 살펴
하이난·헝다 대출 등 조사 목록에
디디추싱·앤트그룹 등 집중 조사
WSJ “中, 경제 완전 통제할 조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중국이 금융기관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부동산 등 민간 기업과의 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3차 연임을 위해 ‘공동부유’라는 화두를 내세운 가운데 금융기관에 대해 ‘칼’을 뽑아든 것은 중국 경제체제를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최고 반부패 조사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시 주석 지시에 따라 국유은행, 투자펀드, 금융감독 당국 등 25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민간 기업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한다.

 

중앙기율위는 이달부터 25개 금융기관에서 대출·투자·규제 기록 파일을 검토하고, 민간 기업과 관련된 특정 거래나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한다. 조사를 통해 부적절한 거래 혐의가 확인되면 관련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공식적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징계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질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자오러지 중앙기율위 서기는 조사 시작 전 열린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어떠한 정치적 일탈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인 350조원의 부채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에버그란데), 세계 최대의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그룹 등 거대 기업들이 금융기관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집중적인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파산한 하이난그룹에 대한 중국건설은행의 대출, 헝다에 대한 중국 중신그룹의 대출 등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신그룹은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거듭 경고했음에도 헝다에 100억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중국 4대 국유은행인 중국농업은행을 포함한 국유은행,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대형 보험사, 국영 펀드 등도 빅테크에 투자하게 된 과정에 관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WSJ는 밝혔다.

중국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에버그란데). AFP연합뉴스

시 주석 체제에서 금융권에 대한 조사는 2015년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증시 폭락 사태로 공안부 관리들은 증권 감독기구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식 매각으로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는지 조사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감독당국, 은행 간부, 투자자 등을 처벌했다.

 

WSJ은 일부 관리를 인용해 시 주석의 금융기관 조사 지시는 민간 부분이나 다른 권력자들이 금융 부문을 장악하는 것을 막아 중국 경제를 완전히 통제하겠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에 금융 부문의 ‘방패막이’였던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 집권 1기(2012∼2017)에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중국건설은행 등 국책 금융기구의 요직에 측근들을 앉혔고, 당시 중국 금융 부문은 당국의 조사를 대부분 피할 수 있었다.

 

시 주석의 금융기관 조사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민간 기업들에 대한 자금줄을 옥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은행들은 이미 민간 부동산 기업 등에 대한 대출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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