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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계기로 남북대화 물꼬 트나…다시 뜨는 중재자론

입력 : 2021-09-24 16:42:05 수정 : 2021-09-24 16: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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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대화 문턱 낮춰"…美엔 적대철회 담보 요구·南엔 중재 역할 원하는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두고 남북대화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해 그 진의가 주목된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얼마든지 북남(남북)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최근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거침없는 대남 비난을 도맡아온 김 부부장이 돌연 '긴밀한 소통'과 '건설적인 논의'를 언급하며 사실상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사를 은근히 내비친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소통과 논의에는 조건을 붙였다.

김 부부장은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 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함축해보면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북측이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라거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라는 등 구체적이지만 수용하기 쉽지 않았던 그간의 요구들에 비하면 수월하다는 평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를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남측이 대화를 제의하면 이에 응할 가능성까지도 점쳐진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상호존중, 이중잣대 등의 표현 있는데 사실은 말만 조심하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좀 더 완화된 조건"이라며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요구를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은근하게 문턱은 내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꺼내든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이날 오전에 리태성 외무상 부상이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평가절하했던 것과 달리 톤을 조절하며 나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두 담화의 결이 다른 것은 겨냥한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 부상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면, 김 부부장 담화는 남측을 향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에는 적대 정책 철회를 담보하라는 요구사항을 분명히 강조하는 한편, 남측에는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테니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으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리태성 부상은 미국을 향해 발신한 것이고, 김여정 부부장은 한국의 역할에 대해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며 "'역할을 해봐라'라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내세운 조건들이 너무 포괄적이고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커서 오히려 남북대화를 성사시키기 더 까다로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반복해서 철회하라고 한 '이중잣대'라든가 '적대시 정책', 억지나 트집 등은 한미연합훈련부터 우리 군의 무기 개발·시험, 국방비 증대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측에서 말로만 화해·협력하지 말고 정말 상대방을 존중하고 위하라는 것이 조건인 셈"이라며 "제재 완화나 군사훈련 중단, 첨단장비 수출, 한반도 전개 지양 등의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고 남측도 미국 말만 따르지 말고 설득을 하라는 의미로 들린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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