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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화재청, ‘군산 갯벌’ 세계유산 등재 추가 추진… 새만금신공항 건설 새 변수로 부상

입력 : 2021-09-15 16:51:47 수정 : 2021-09-16 11: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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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2025년 목표로 군산 갯벌 등 추가 등재 추진
세계유산위원회 권고 받아 들여 내년 신청서 초안 작성
새만금 신공항 건설 찬반 논란 속 새 변수로 떠오를 듯
‘한국의 갯벌’이란 이름으로 지난 7월 2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전남 신안갯벌의 모습. 유네스코는 생물종의 보고인 한국 갯벌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했다. 문화재청 제공

‘갯벌 보존이냐, 공항 건설이냐’

 

전남 신안 등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4곳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군산 갯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전북도와 함께 2028년까지 군산에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지난달 유네스코 권고를 받아 들여 군산 갯벌을 세계유산 추가 등재 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문화재청은 군산 갯벌을 보호하는 미묘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최근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종이 군산 수라갯벌에서 잇달아 발견되는 등 새만금 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뜨거워진 가운데 문화재청의 군산 갯벌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공항 건설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재청은 국내 갯벌 4곳(전남 신안, 전북 고창, 충남 서천, 전남 보성·순천)의 세계유산 등재(지난 7월) 후속조치로 다른 지역의 갯벌도 2025년까지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마련했다.

 

세계유산 등재 갯벌 확대 계획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에 따라 마련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7월 국내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하면서 ‘유산(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 확대를 포함한 2단계 등재’를 한국에 권고했다.

 

문화재청은 지역 특색에 따라 두 곳으로 나눠 갯벌 추가 등재를 추진키로 했다. 우선 ‘세계유산 인접 핵심지역’으로 군산, 무안, 고흥, 여수를 선정했다. 또 ‘국내 중요 물새 지역’으로 인천(강화, 영종도, 송도), 경기(화성), 충남(아산, 당진)을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이 지역에서 올해 지역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내년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 초안을 작성하는 등 2025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 추진 지역에 군산의 수라갯벌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라갯벌은 군산에서 마지막 남은 원형 갯벌로 현재 국토부가 전북도와 함께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정지에 포함된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수라갯벌을 포함한 전북 군산시 옥구읍 공유수면에서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새만금 신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새만금 개발을 촉진한다는 의의가 인정돼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이다. 사업비는 7796억원으로 예측됐다.

 

국토부는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과 전략환경평가 용역을 최근 마무리하는 등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북도는 인근에 군산공항이 있지만 미공군 활주로로 이용되고 잇는 탓에 민간 이용이 제한된다면서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성이 높지 않고,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원형 갯벌인 수라갯벌이 없어지면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출범한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에 따르면 새만금 신공항은 사업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성(B/C 0.479)이 턱없이 부족해 적자공항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제주 노선을 제외한 국내노선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동남아 등 한정적 노선만 운영될 것으로 보이는 등 국제선 수요도 확실하지 않다는 게 공동행동 측 입장이다.

 

아울러 공동행동 측은 수라갯벌에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 황새, 흰꼬리수리 등 4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번식과 서식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라면서 “수라갯벌에 공항을 짓는 것은 이 멸종위기 조류들을 영영 사라지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수라갯벌에서는 희귀종들이 연달아 관찰되기도 했다. 지난 6월 전북녹색연합 등은 수라갯벌 내 물웅덩이 9곳과 주변지역 약 4000㎡에서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고, 역시 멸종위기 2급인 흰발농게가 살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했음에도 산림보다 탄소 흡수 및 저장 효과가 좋은 갯벌을 없애려 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역행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새만금 신공항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군산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향후 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단계로 세계유산 등재 지역을 확대하라는 권고에 따라 군산 갯벌을 추가 등재 고려대상에 넣은 건 맞다”면서도 “향후 철새와 같은 멸종위기종 이동경로 등 데이터를 분석해서 등재 지역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항 건설은 여러 부처와 지자체가 모두 연관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세계유산 추가 등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한 관계자는 “새만금 개발로 많은 갯벌이 사라지면서 멸종위기종들이 수라갯벌로 많이 모여들고 있다”면서 “세계자연유산으로 고려될 만큼 가치가 있는 점을 주목해서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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