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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SG, 그리고 태즈매니안 호랑이 [더 나은 세계, SDGs]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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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3 15:49:50 수정 : 2021-09-13 15: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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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정된 태즈매니안 호랑이(틸라신)가 새겨진 호주 우표.

 

지난 7일(현지시간) 호주의 국립영상·음향보관소(NFSA)는 ‘멸종 위기종의 날’을 맞아 흑백으로 기록된 동물의 모습을 컬러로 복원 공개했다. 이날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날짜에 지정됐는데, 미국은 5월 셋째주 금요일이다. 한국은 1987년 환경보전법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야생 동·식물을 지정, 고시한 날인 4월1일로 제정하고 있다.

 

호주는 과거 자생했던 태즈매니안 호랑이(틸라신)가 마지막으로 죽은 날을 기려 9월7일로 지정했다.

 

지구상 가장 큰 유대류 육식동물이었던 태즈매니안 호랑이는, 양을 해치는 유해동물이라는 오명을 쓴 채 인간에 의해 금세 자취를 감췄다. 호주 태즈매니아섬에만 약 5000마리가 서식했으나 1933년 마지막으로 포획되었고, 36년 동물원에 있던 암컷 1마리가 죽은 뒤 86년 공식 멸종동물로 분류됐다.

 

21세기 들어 인간으로 인해 멸종된 동물은 양쯔강 돌고래, 피레네 아이벡스, 보석 달팽이, 하와이 꿀풍금조, 서부 검은 코뿔소, 사우스 아일랜드 코카코, 크리스마스섬 집 박쥐, 베트남 자바 코뿔소, 알라오트라 논병아리, 핀타섬 땅 거북, 바라다 스프링 피라미,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 북부 수마트라 코뿔소, 랩스 청개구리, 동부 퓨마 등이 더 있다.

 

흔할 것으로 여겨지는 호랑이와 북극곰, 참치 등도 사실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흔한 고라니도 국제적인 멸종 위기종이다.

 

지난해 세계자연기금(WWF)이 펴낸 ‘지구생명보고서 2020’(Living Planet Report 2020)을 보면 1970년∼2016년 약 4400종의 포유류와 어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의 개체 수 2만1000개 중 68%가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오염시키고 멸종시킨 대상이 비단 동물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으로 인간은 이미 지구의 70%를 이루는 해양 40% 이상을 오염시켰다. 또 전 지구적인 삼림 벌채의 80%, 담수 사용의 70%가 오직 농업 목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으며, 이렇게 오염된 토지와 물은 육지와 담수의 생물 다양성을 각각 70%, 50% 파괴했다. 최근 133년간은 지구 평균 기온을 0.85도 상승시켰다. 2000∼12년 전 세계에서 230㎢의 산림을 파괴했다. 또 1만 년 전 생성된 남극의 빙붕은 완전히 소멸될 가능성이 대두한 바 있는데, 한반도의 약 60배에 이르는 남극이 모두 녹는다면 지구 전체의 해수면은 60~80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6월 지구상 가장 높은 곳과 가장 깊은 곳을 모두 정복한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가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베스코보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인사이트 에퀴티 홀딩스의 창립자이자 억만장자인데, 에베레스트(Everest) 산을 포함 세계 7개 대륙의 최고봉을 정복한 데 이어 남극과 북극까지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어 오대양의 심해 중에서도 가장 깊은 지점에 도전했는데, 대서양의 푸에르토리코 해구(해저 8648m), 남극해의 사우스샌드위치 해구(〃 7235m), 인도양의 자바 해구(〃 7290m)에 이어 지구상 가장 깊은 곳인 마리아나 해구(〃 1만916m) 탐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베스코브는 해연 탐사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해 몇몇 신종 생물을 발견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비닐봉지와 포장지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쓰레기들을 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해저마저 인간으로 오염되어 있어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지구를 정복했다고 여기지만, 사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전혀 아니다. 지상 500㎞ 상공, 허블 우주 망원경이 있는 외기권(exosphere)까지 말할 필요도 없이, 상업용 여객기의 순항고도 1만2000㎞ 상공, 혹은 높이 8846m의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우리는 장비의 도움 없이 제대로 숨쉬기 어렵다. 겨울철 온도가 영하 70조에 이르는 남극을 비롯한 북극은 여전히 개발하기 힘든 미지의 영역이다. 지구 나이는 45억4000만살이며, 무게는 59해7219경㎏, 지름의 길이는 1만2713.6㎞다. 적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둘레는 4만75㎞이다. 인간이 지구에 속해 사는 것이지, 지구가 인간에 의해 운영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기후 대응을 위해 ‘탄소 저감’을 외치면서 파리 기후협약을 맺었고, 각국은 법률을 정비하는 한편 소비자들은 연일 환경 캠페인을 강조한다. 기업 역시 ‘환경금융’, ‘녹색 금융’을 외치며, ‘수소 비즈니스 서밋’을 결성했고, 금융권이나 대기업이 앞장서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상장지수펀드(ETF)나 녹색 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 채권을 연일 발행한다. 그러면서도 현재 지구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위기라고 설파하는 리더는 매우 드물다. ESG 전문가로 주목받는 이들도 왜 우리가 이런 환경에 살게 됐는지 정확히 파악한 이가 거의 없다.

 

끝없는 호기심의 동물인 인간이 무언가 계속 정복하려고 한다는 가정 아래 최근 경쟁적으로 출범한 민간 우주여행과 민간의 우주 정착 노력에 대해 묻고 싶다. 지구 생명의 가장 큰 근원 중 하나인 태양에 대한 호기심은 없느냐고…

 

분명 태양을 정복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도 있을 것이다.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corona) 온도만 최대 500만도에 달하는 태양은, 접근할 수도 육안으로 직접 관측하는 것도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지구 곳곳이 이렇게 원천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곳이었다면 이 아름다운 행성이 이토록 파괴되었을까. 전 세계에서 열풍처럼 부는 ESG 바람은 과연 어디서부터 출발해야하는 걸까.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이 기고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SDGs 협회와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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