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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소중립의 숨은 키워드 ‘복잡계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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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9 22:43:49 수정 : 2021-09-09 22: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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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가 도대체 뭐예요?” 복잡계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이럴 땐 ‘복잡계 네트워크’를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복잡계의 예를 들어주는 것이 경험상 더 빠른 이해에 도움이 된다.

“매일 인터넷 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사용하시죠? 소셜 네트워크가 대표적인 복잡계 네트워크입니다. 작은 소문도 TV 뉴스보다 빠르게 전달되고, 소수의 의견이 갑자기 거대한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지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된 유전자 네트워크, 우리 인체의 신호 전달 네트워크, 신진대사망의 연쇄적 화학반응 네트워크도 모두 복잡계 네트워크입니다.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는 이러한 사회현상이나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스템 수준에서의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병남 한국에너지공과대 석학교수 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

복잡계 네트워크의 또 다른 대표적 예로 전력망(power-grid)을 들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바이오 네트워크, 전력망과 같은 복잡계 네트워크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지만, 기능적 역할이나 기여도가 이질적인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력망의 경우 같은 발전원이라도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거대한 공급원도 있고 주택가 옥상에 설치된 작은 태양광 패널도 있다. 둘 다 전력망의 구성요소이지만 그 규모와 역할은 확연히 다르다. 이렇게 이질적인 구성요소를 조화롭게 연결하여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복잡계 연구가 활용된다.

2020년 국내 총발전량은 약 55만GWh로 2009년 대비 2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량은 8배 증가했고,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에서 6.6%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은 더욱더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일조량, 풍량 등 기후의 영향으로 출력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는 시스템 구성원들의 이질성과 복잡성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작은 아파트단지의 정전이 눈덩이처럼 커져 국가단위의 대규모 정전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전력망의 경우 이질성의 증가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질적인 전력원들을 최적의 효율로 배치·연결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복잡계 네트워크와의 융합적 연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이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가 설정된 지금,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가 개교를 앞두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에너지 인공지능(AI),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기술을 5대 핵심 분야로 선정해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우연일까? 신재생 에너지, 전력망 효율, 기후변화 대응 등 탄소중립을 관통하는 키워드들과 겹치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복잡계 네트워크 사고와 결합한 융합적 연구로 난제를 풀어갈 한국에너지공대를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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