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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끊고 2명 살해한 전과 14범… 재범 방지 시스템 허점

입력 : 2021-08-30 06:00:00 수정 : 2021-08-30 08: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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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훼손 후 38시간 추적 못해

성폭력 2번 등 전과 14범 강력범
신상공개 미적용… 이웃들은 몰라
위치 추적센터, 훼손 인지 뒤 통보
경찰, 집 여러번 갔지만 내부 못 봐

전자발찌 정보 실시간 공유 절실
전문가 “경찰 직접 모니터링 필요”
자택 감식 29일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의 자택을 감식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성범죄 등 강력범죄 전과자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여성 두 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실제 범인의 집과 자수할 당시 타고 온 차량에서는 여성 시신이 한 구씩 발견됐다. 특히 범인 집에서 숨진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 시도 정황이 있었고, 전자발찌 절단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은 범인 집을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등 강력 범죄 전과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전자감독 시스템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경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5시31분쯤 서울 송파구 신천동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강모(56)씨가 이날 오전 7시55분쯤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봐 자수하면서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은 40대 여성 시신 한 구를 강씨 자택에서, 50대 여성 시신 한 구를 강씨가 경찰서에 몰고 온 차량에서 발견했다. 피해 여성들은 강씨와 안면이 있는 사이로 확인됐다.

 

강씨는 전자발찌를 끊기 전 집에서 저지른 살인의 경우 성범죄 시도와 관련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훼손한 전자발찌를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에 버린 뒤 렌터카를 몰고 서울역까지 이동해 차량을 버려두고 잠적했다. 하지만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공조해 검거에 나서자 압박감을 느껴 자수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폐쇄회로(CC)TV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사건 경위 및 살해 동기 등을 확인 중”이라며 “(살인 등 혐의로) 내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전과 14범으로 확인됐다. 만 17세 때 처음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받은 이후 강도강간 등 성폭력 범죄 2차례를 포함해 8차례 실형을 받았다. 그는 2005년 4월 출소한 뒤 5개월 만인 그해 9월 차량 안에서 흉기로 여성을 위협한 뒤 금품을 빼앗고 추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복역 후 보호감호를 거쳐 올해 5월 출소하면서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다. 다만 강씨는 성범죄가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가 아니어서 이웃 주민들은 그의 성범죄 전력을 알지 못했다. 강씨의 성범죄 재판 당시에는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만 공개 대상이어서 성인 여성을 상대로 범죄한 강씨에겐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강씨 같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의 동종 재범이 잇따르면서 수용 중 심리치료 등 보완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발찌가 애초 대상자의 ‘위치’만을 통제하는 수단인 만큼 재범을 100%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력사범의 재범률은 최근 5년간 평균 2%대를 기록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력사범의 재범은 2016년 58건(재범률 2.0%), 2017년 66건(〃 2.2%), 2018년 83건(〃 2.5%), 2019년 55건(〃 1.7%), 지난해 41건(〃 1.3%), 올해 1∼7월 27건(〃 0.91%) 발생했다. 전자발찌 도입 전인 2003∼2007년 전체 성폭력사범의 평균 재범률이 14.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지만, 다른 강력범죄인 살인(0.1%)과 강도(0.2%)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진희 성범죄피해전담 국선변호사는 “전자발찌만으로 성폭력 범죄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다”며 “당장 부착 대상자가 정해진 장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일단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범행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강씨의 경우 법무부 산하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가 전자발찌 훼손 사실을 바로 인지해 서울동부보호관찰소와 112상황실에 통보했지만, 결과적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해 강씨가 자수하기까지 무려 38시간30분을 허비했다. 그 사이에 한 여성이 살해됐다. 경찰은 전자발찌 훼손 통보를 받은 뒤 강씨의 자택을 수차례 찾았지만 빈 손으로 돌아왔다. 경찰이 집 안에 살해 당한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신속하게 강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여 두 번째 희생자는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시점이라 집에 강제로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게 경찰 측 해명이다. 법무부의 경우 지난 6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의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제도를 시행했지만, 두 달여 만에 전자감독 대상자에 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무부가 경찰과 전자발찌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전국에 보호관찰 인력이 그리 많지 않은 데 비해 15만명가량인 경찰 인력이 전자발찌 정보를 직접 모니터링하면 대응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출소 전 심리 치료 등 근본적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모든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수용 단계에서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기준으로 대상자 6177명 중 2249명(36.4%)에게만 심리치료가 이뤄졌다.

 

이 교수는 “수용 상태에서 성범죄자를 제대로 치료한 뒤 석방하고 전자발찌 등 시스템이 보완적으로 재범을 억제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향후 고위험 전자감독 대상자의 재범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환, 장한서, 박미영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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