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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협력자 구조 사흘 후 테러 발생… “탈레반, 15시간 버스 붙잡아” 긴박했던 탈출과정

입력 : 2021-08-27 18:00:00 수정 : 2021-08-27 17: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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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협력자 26명 이용했던 출입구서 테러 발생… 정부 이송 늦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이송을 지원한 김일응 주아프간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하며 이송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기관의 사업을 도왔던 현지인 조력자들과 함께 귀국한 김일응 주아프간대사관 공사참사관이 탈출 과정을 떠올리며 울컥했다.

 

김 참사관은 27일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아프간인) 조력자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카불(아프간 수도) 국제공항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탈레반(이슬람 무장조직)이 공항 정문 앞에서 통과를 안 시켜줘 14~15시간 버스 안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며 공항에 진입하지 못 할 뻔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김 참사관은 “탈레반이 조력자들이 소유한 여행증명서가 사본이라면서 시비를 걸었다”고 했다. 탈레반은 당시 버스에 탄 아프간인 조력자들이 소지한 우리 외교부 발급 여행증명서가 ‘사본’이라는 이유로 공항 진입을 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공항 인근 검문소에서 버스를 막아서면서 당초 24일 오후 3시30분쯤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버스는 15시간이 지나서도 붙잡혀있어야 했다.

 

이에 김 참사관은 “원본 증명서를 갖고 나가겠다”고 했고, 탈레반 측은 그제야 “그럴 필요까진 없겠다”며 버스의 공항 내 진입을 허용했다고 한다. 김 참사관은 인터뷰에서 “25일 새벽에 조력자들을 태운 버스들이 들어왔다. 14시간 동안 버스에 갇혀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사색이 돼 내려왔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후발대로 출발한 13명이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김 참사관은 우리 공관원 철수 명령에 따라 인근 카타르 수도 도하의 임시 공관으로 옮겼다가 아프간인 이송을 위해 지난 22일 선발대와 함께 아프간에 재입국했다. 그는 공관원 철수 당시 대사관에서 함께 일했던 현지인에게 ‘아프간에서 꼭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김 참사관은 국내 이송이 결정된 아프간인 390명 가운데 377명과 함께 전날 오후 4시20분쯤 우리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아프간인 이송 작전을 완료한 사흘 후인 26일(현지시간) 구조 당시 이용했던 출입구에서 1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카불공항 테러가 발생했다. 정부 이송 작전이 며칠만 늦어졌더라면 자칫 정부 관계자와 협력자 등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날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가 카불공항에서 국내로 이송한 아프간 협력자 391명 중 26명은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애비 게이트’를 이용해 지난 23일 공항으로 들어왔다. 카불공항에는 차량 이동에 사용하는 주출입구 외에 동서남북 4곳에 출입구가 있고 동문과 남문 사이에 애비 게이트가 있는데, 정부는 아프간인의 공항 집결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미군과 정보를 교환하며 가장 접근이 쉽고 안전한 출입구를 검토한 결과, 애비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비 게이트 접근도 쉽지 않았다. 피란민 수천 명이 게이트 주변에 몰린 상황에서 정부 선발대는 '코리아'를 적은 종이를 들고 일일이 협력자들을 찾아다녀야 했다. 테러 위험이 있었지만, 대사관 직원이 직접 신원을 확인하지 않으면 공항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고 한다.

 

김 참사관은 “코리아 맞냐고 해서 (우리가 발급한) 여행증명서 사본이 있으면 빼줬다”며 “각 대사관 관계자가 협력자 신원을 확인해야 해서 ‘코리아’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26명을 빼냈다”고 말했다.

폭탄테러 사흘 전 카불공항 애비 게이트 주변 모습을 지난 23일(현지시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카불 AFP=연합뉴스

애비 게이트를 통해 23일 26명이 가까스로 들어왔지만, 그날 저녁 정부는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테러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도보 이동이 쉽지 않고 테러 위험까지 큰 상황에서 미국의 제안대로 협력자들을 버스에 태워 주출입구를 통해 들여오기로 했다. 이후 버스를 통해 25일 새벽 나머지 365명이 공항으로 무사히 진입했고, 정부는 그날 저녁 계획한 인원 전원을 안전한 파키스탄으로 대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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