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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정교한 전략 부재로 美도 北도 설득하는 데 실패” [세상을 보는 창]

입력 : 2021-07-20 23:00:00 수정 : 2021-07-20 20: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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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硏 북한연구센터장

北, 2018년 文정부의 중재 노력에 기대
하노이 회담 결렬 뒤 한·미 불신 이어져
北·美 양자대화 한계 신속히 파악하고
북핵 4자회담 통해 새 돌파구 열었어야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성패 관건은
北이 가장 의존하는 中의 협조에 달려
통일부, 한·미훈련 중단요구는 무책임
제 역할 못하니 통일부 폐지론 흘러나와
20일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 속에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다.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했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외교로 상처받은 동맹관계를 복원하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한·미동맹도 일부 엇박자를 보이긴 했지만 ‘굳건하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2년 이상 경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다. 북·미 관계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워낙 북·미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은 탓이다. 그래서 ‘다자회담’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다자회담, 특히 남북한과 미·중의 4자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 북한 전문가다.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세종연구소에서 정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문재인정부가 북·미 양자대화의 한계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북핵 4자회담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북·미 대화 중재에 집착하다보니 남북대화 복원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북한과의 강력한 대화 의지는 보이지만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일관되게 강조하면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3차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 현저하게 낮아졌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화 국면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간헐적 친서 교환을 제외하고는 관계 단절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북한만 바라보는 ‘천수답 대북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미국과 북한만 바라보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런데 정교한 전략 부재로 아쉽게도 미국과 북한 모두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2018년에만 해도 북한은 문재인정부의 중재 노력에 한때 기대를 걸었다.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영변핵시설 폐기라는 과감한 안을 내밀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대미 영향력에 대한 북한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한·미 공조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걸 보여준 셈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핵 포기를 요구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전략무기를 들여오는 데 대해서는 이율배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지적이 있다. 해법은 없나.

“과거 정부 시기에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런 점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등 남북관계가 과거의 적대관계로 어느 정도 돌아간 것은 사실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문재인정부는 북·미 양자대화의 한계를 직시하고 북핵 4자회담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어야 했다. 이제라도 한국 정부는 4자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거의 완료되면 4자회담 틀 내에서 남북회담을 개최해 북한에 백신과 치료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도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4자회담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건가.

“북한과 미국 간에는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의식이 존재한다. 북·미 간에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기 어렵고, 설령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이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 북·미 간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행을 보증해줄 국가들이 필요하다. 참여국가가 여럿이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기 어렵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양국 이익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안을 제3국이 만들어 합의에 이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효과를 볼 수 있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안전보장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4년마다 선거가 치러지고 정권이 교체되면 대북정책도 바뀔 수 있다. 북한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이나 남북협상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미국 역시 북한이 고도화된 핵무기로 미 본토를 위협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성패 여부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대화 의지는 보였지만 ‘전략’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북·미 대화의 한계를 인정하고, 남북과 미·중의 4자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양자 협의 채널의 경우 미국과 북한 모두 자국의 정치적 이유로 먼저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어렵다. 4자회담을 통하면 북·미 간 합의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 역시 합의안에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가동 등 우리 요구사항을 포함하기도 용이하다. 진보정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북한 핵 문제를 ‘북·미 간 문제’로 보는 것이다.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래식무기 분야에서의 대남 열세다. 다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군비통제 문제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한·미 미사일지침이 해제된 데 대해 북한이 비난하고 있다.

“미사일지침 종료로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분야는 우주개발이다. 사거리 제한을 받지 않으면 인공위성 추진체 개발에서 제한이 사라진다. 24시간 정찰위성 등 다양한 형태의 위성 개발이 가능해진다. 남한의 북한 감시능력 증강을 북한이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의 미사일은 북한보다 정밀하다. 다만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한·미가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기존 미사일 운용체계도 바꿔야 하나.

“지금 육해공군이 각기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미사일지침 해제로 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될 경우 중복투자에 따른 혈세 낭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북한과의 무한 군비경쟁 대신 육해공군의 미사일을 효율적으로 통합 운용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략사령부 창설이 시급하다.”

―4년째 실기동 없는 한·미 연합훈련이 이어질 것 같다.

“연합훈련 중단이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대화 진전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통일부가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건 무책임하다. 일부에서 국제사회 제재를 무시하고 남북교류협력을 재개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한국의 심각한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것이다.”

―오죽하면 통일부 폐지론까지 등장했겠나.

“남북회담, 북한 정보 서비스 제공, 통일교육과 탈북자 정착 등 통일부 고유의 역할이 있다. 외교부라는 방대한 조직에 통합되면 존재 의의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북한 문제를 모르는 인사가 통합조직을 맡으면 효율적 남북협상이 어려워진다. 부정적 측면이 크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에 ‘통일부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미 워킹그룹 종료를 놓고도 한·미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워킹그룹이 한·미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기여한 건 맞지만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한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워킹그룹은 그야말로 실무협의체다. 청와대의 전략 부재 책임을 워킹그룹에 전가하는 건 부적절하다. 예를 들어 개별관광, 방역협력, 인도적 지원 등은 안보리 제재 대상도 아닌데도 한국정부가 하지 못했다. 워킹그룹, 나아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일부 야권 대선주자들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전술핵 공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핵 공유라지만 버튼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무늬만 핵 공유다. 중국은 한·미·일이 협력해 아시아판 나토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 여기에다 한·일 간에는 심각한 외교적 갈등과 불신이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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