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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피선거권 25세 제한은 미군정 잔재?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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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3 12:00:00 수정 : 2021-06-23 14: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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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사실 아님

‘피선거권 연령 제한의 헌법적 검토’ 보고서 따르면
1947년 당시 입법의원 내 보수·진보 세력 간 격론 끝 합의
게티이미지뱅크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지난 1일 민주당 강원도당 여성·청년 간담회에서 국회의원 피선거권 25세 연령 제한에 대해 “좌우대립이 극심했던 미군정 시기에 우리 정치인들이 합의하지 못한 것을 미군정이 미국 수정헌법에 맞춰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연령은 국내 정치 실정에 맞춰 만들어졌다기보단 미군정 잔재이기 때문에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내에서 70년 넘게 유지된 의원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미군정 시기에 만들어진 게 맞지만, 당시 입법의원(미군정이 정권을 인도하기 위해 설립했던 입법기관) 내 보수·진보 세력 간 격론 끝에 합의됐다.

 

23일 헌법재판연구원의 ‘피선거권 연령 제한의 헌법적 검토’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제헌국회를 구성한 5·10 총선거 한 해 전인 1947년, 이승만 전 대통령 등 한국민주당 세력은 보통선거법 제정 과정에서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 연령 각각 25세, 30세 이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입법의원 김규식 의장을 비롯한 관선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 연령은 각각 23세, 25세 이상으로 최종 결정됐다. 당시 민선의원 대부분은 한민당계 보수세력이었고, 관선의원에선 미군정 중도정책에 따라 강경 좌우세력이 배제됐다.

 

국회회의록은 제헌 이후부터 기록됐지만, 당시 언론 보도들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1947년 보통선거법 관련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자 민선의원들은 “이십(세) 전후 청년은 이성은 발달됐다고 보나 판단력이 부족하다”며 선거·피선거권 연령 각각 25세, 30세 이상을 주장했고, 관선의원들은 “용감하고 열정적인 청년에 대하여 정치적 문호를 폐쇄하려는 의도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맞섰다(경향신문 1947년 5월 15일자). 민선의원들이 비교적 높은 선거연령을 주장하자, 이를 보수세력 당선에 유리하도록 계획한 것이라고 의심하며 반발한 것이다.

 

결국 다툼 끝에 절충안이 나왔다. “양파(민선·관선)의 타협노력으로…국민으로서 만이십삼세에 달한 자는 입법의원 선거권이, 만이십오세에 달한 자는 피선거권이 있다”는 내용의 보선법이 최종적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동아일보 1947년 6월 29일자).

 

당시 러취 군정장관은 한민당 주장을 ‘조선 국민의 자유의사를 대표하는 민주주의적 정부가 되게 할 것’이라는 미군정청 군정사령관 하지 장군 지령에 어긋난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군정은 미국 헌법을 들어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25세로 강요한 게 아니라, 보수세력의 주장을 과한 것으로 보고 중재에 나섰던 셈이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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