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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다다른 자본주의 대안은 ‘이것’… 피케티의 도발적 제안

입력 : 2021-06-12 03:05:00 수정 : 2021-06-11 20: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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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이민주 옮김/은행나무/2만원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토마 피케티/이민주 옮김/은행나무/2만원

 

1971년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22세에 박사학위를 받은 피케티는 공산주의 사상의 세례를 받을 일이 없는 세대였고, 성인이 됐을 땐 이미 소련식 공산주의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한 세대였다. 더구나 사회주의에 경도된 이전 세대나 그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고, 1990년 2월엔 독재자 차우세스쿠를 몰아낸 루마니아 청년들을 지지하기 위해 루마니아로 향했던 그 아니었던가.

이런 배경을 가진 피케티가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 ‘피케티의 사회주의가 시급하다’에서 현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를 고발하고 여러 개선 방안을 제시한 뒤 대안의 경제체제로 사회주의를 주장한다. 단순 비판을 넘어 대안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조기 종식을 위해 사회주의를 내걸어야 한다는 거다.

2021년, 그는 왜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것일까. 먼저 그의 현실 진단, 특히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각종 불평등은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것이 많고 일부는 더 악화한 경우가 있다고 판단한다. 즉 개인 소유의 자산 집중도는 지난 세기보다 낮아졌지만, 자산 불평등의 완화는 자산 중산층에겐 도움이 됐지만 여전히 자산 하위 50%에 속하는 사람들에겐 혜택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한다. 소득의 경우 하위 50%의 상황은 자산 측면보다는 개선됐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10~20%에 머무른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그가 주창하는 ‘참여사회주의’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레닌이나 마오쩌둥이 주장한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다르다. 즉 교육의 평등과 사회보장국가, 권력과 소유권의 영속적 순환, 지속가능하며 공정한 세계화 등에 가치를 두고 참여적이고 지방분권화된 연방제적이고, 민주적이며, 환경친화적이고 다양한 문화까지 혼종돼 있고, 여성 존중의 사상까지 담은 사회주의다.

구체적으로 교육의 평등과 사회복지국가를 이루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그는 본다. 즉 진정한 불평등을 지향하거나, 최소한 기회의 균등을 위해서는 권력 및 지배관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국영화 같은 기존 사회주의 방식이 아닌 기업체 내에서의 권력 분배, 민주화가 더 잘 이뤄져야 한다는 거다.

가장 심각하면서도 근본적인 자산 불평등의 완화를 위해, 그는 전 국민에게 최소 자산을 지급하는 ‘최소 자산제’를 제안한다. 국민 평균 자산규모의 60% 정도를 25세쯤의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거다. 최소 자산제를 실시하려면 약 국가소득 5%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는 자산세와 상속세에 누진세 제도를 적용하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책은 저자가 일간지 ‘르몽드’에 2016년부터 올해까지 기고해온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어서 다소 시일이 지난 글도 있고 일부 반복되거나 중복되는 사례나 수치도 있다. 그럼에도 상아탑과 1000쪽짜리 두꺼운 저서에서 벗어나 현실 삶과 시사 문제에 천착하고자 하는 문제의식만은 선명하다. 어떤 성역도 없이 과감하게 내달린 혁신적 제안이 경이롭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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