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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이준석 돌풍과 공정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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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9 23:35:56 수정 : 2021-06-09 23: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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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절규가 일으킨 바람… ‘국민의 바람’ 헤아려야

#1. 스타

두 달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일,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캠프 사무실 구석에서 다리를 꼰 채 ‘스타크래프트’에 몰두하고 있는 이준석 당시 뉴미디어본부장 뒷모습이었다. 후배의 “여유가 느껴진다”는 촌평에 내심 ‘이 친구도 스타 하네?’ 싶어 반가웠다. 스타는 20여년 전 취업준비생이었던 기자에게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게임이었다. 이준석이 다음날 ‘유머게시판’이 아닌 ‘선거게시판’에 올린 “저 스타 못하지 않습니다”라는 해명글도 재기발랄하다는 느낌이었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2. 간극

사실 ‘스타’ 외엔 기자와 국민의힘의 유력한 당대표 후보인 이준석과의 접점은 거의 없다. 띠동갑에 가까운 나이차는 물론 영남·호남이라는 본적지, 보수·진보라는 이념적 지향점 등에 있어 이 후보는 비호감의 연속이었다. 서울과학고, 하버드대 출신의 ‘엄친아’, 2012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영입된 ‘박근혜 키즈’, 여성할당제 폐지 등등. 나이와 ‘스펙’, 언변을 앞세운 분열의 정치행위로 10년간 여의도를 맴돈, 영원한 비대·혁신·최고위원 이미지가 강했다.

#3. 내공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접한 이준석은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조직이나 중진의 힘 없이 처음 치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젊은세대는 뭔가를 이뤄내 본 경험이라는 과실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 이준석은 오세훈 후보에 대한 ‘이대남’의 몰표를 이끌어냈다. 참신할 뿐 아니라 영악하기도 하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면서도 “엄격한 법리 적용이 문재인정부에도 적용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4. 대세

작금의 이준석 돌풍은 정부·여당의 잇단 ‘내로남불’과 정책 ‘헛발질’에 대한 반발 여론과 주류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스피커’가 필요했던 2030세대의 절박감, “이제는 ‘디비뿌자(뒤집어 엎자)”는 보수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맞아떨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지역 한 광역단체장은 “굳이 뚜껑을 열 필요도 없다. 이미 승부는 났다”며 “국민의힘이 앞으로 어떻게 중도확장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5. 협상

그의 말마따나 앞으로가 중요하다. 정당의 존재 목적은 권력 쟁취이고 이를 위한 정치투쟁의 요체는 협상과 타협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준석 후보가 보인 언행 일부는 40대 후반의 호남 출신이 보기에 뜨악한 측면이 있다. 정치인 공천시 성별·연령·지역 할당제 폐지와 정치인 자격시험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의 ‘공정한 경쟁’은 형식적 실력주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아직까진 ‘과정의 공정’보다 ‘기회의 평등’, ‘결과의 정의’에 더 방점을 찍는 국민들도 상당하다.

#6. 메기

내일이면 국민의힘 당대표가 결정된다. 예상대로 30대 ‘0선 중진’이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국내 정치권에 일으킬 파장은 예측을 불허한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또 한 번 상당한 표 응집력을 증명한 청년층을 향한 양대 정당의 청년 정책·공약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그간 정책 소외자였던 청년들 목소리가 대변됐다는 점에서 정치판에 새로운 ‘메기’가 등장한 것이다. 이제 중장년들이 ‘꼰대’이미지에서 벗어나 우리네 아들딸 목소리를 경청하고 자성해 답할 차례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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