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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안보·경제 한 틀서 협의했던 美… 이번엔 한국에 맞춰 ‘경제동맹’ 선택”

입력 : 2021-06-08 06:00:00 수정 : 2021-06-08 02: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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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전문가’ 박원곤 교수
“바이든, 韓 동참할 수밖에 없는 판 제시
中은 韓·美 공조 강화 우려 신중한 대응”

“미국이 한국에 비스포크(맞춤형) 전략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들고 나왔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박원곤(사진)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7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지만 “미국이 이번에는 미국의 경제동맹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미국은 과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큰 협의체를 만들어 안보와 경제 등을 종합선물세트 형태로 제공했지만 이제는 그럴 의지나 능력이 사라졌다”며 “이제는 양자 간 혹은 다자 간으로 소규모 다자주의 정책을 가져간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경제에 관한 여러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경제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는 한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구조로 정교하게 짜였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도 크게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박 교수는 “중국 매체를 보면 기본적으로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국이 한국을 더 압박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면 한국은 미국과의 공조와 협력을 더 강화하게 돼 이런 역효과를 우려해 중국이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한국은 중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달린 “대만, 남중국해, 인권 문제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행인 점은 이 대목은 한국 정부가 중국과 이해관계가 크지 않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 “한·미·일을 묶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관측이다. 그는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미·일 협력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미 협력도 강조가 됐다”며 이를 예시로 들었다. 박 교수는 “군사동맹은 정부의 영역이라 정권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이번처럼 민감 경제영역으로 확대된 경제동맹은 지속성과 연속성이 생겨 향후 변화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당초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를 추진했으나 미국의 입장이 워낙 강경했던 것 같다”며 “이 때문에 판문점 선언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됐다. 이것은 대북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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