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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접종자는 마스크 벗어라”… 美, 일상 복귀 시동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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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22 20:00:00 수정 : 2021-05-21 18: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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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 개정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3분의 1 감소 배경
바이든, 마스크 없이 상원의원들과 회담
백악관 직원·기자들도 마스크 벗고 업무
공화당까지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환영

월마트·스타벅스 매장서 착용 의무 폐지
NYT “美 사회 전면 재가동 첫걸음” 논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과 코로나19 대응 최신 지침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미국이 백신 접종을 확대하더니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까지 거둬들이면서 일상 복귀에 한발짝 다가섰다.

전문가 집단에선 변이 바이러스 등에 따라 마스크 정책 변화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백신 접종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직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반면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접종 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하더니 지방정부에서는 ‘백신 로또’, ‘백신 장학금’ 등 접종 확대를 위한 갖가지 고육책까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독립기념일인 오는 7월 4일 코로나19로부터 독립을 외칠 수 있을까.

◆마스크 벗는 미국… “백신 접종자는 벗어라”

미국 최대 대형마트인 월마트는 18일(현지시간)부터 백신 접종자에게 매장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자는 대부분의 실내외 환경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방역 지침을 개정한 지 하루 만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거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직원만 150만명인 월마트는 지난해 7월부터 요구한 마스크 착용 의무를 10개월 만에 폐지했다.

마스크 지침 변경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도 백신 접종을 마친 선수 등에게 팀 시설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와 스타벅스도 백신 접종자들이 마스크 없이 매장을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트레이더 조 대변인은 ‘고객에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고객을 믿을 것”이라고 했다. 코스트코도 비슷한 지침을 고객에게 발송했다.

1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비스타에 있는 디즈니월드 매직 킹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문객들이 신데렐라 성 앞을 지나고 있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AP뉴시스

플로리다의 월트디즈니도 15일부터 공원 외부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디즈니월드는 “백신 접종자는 리조트 야외 공용구역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실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착용해야 한다”고 알렸다.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타겟·CVS·갭·메이시스·월그린 등은 마스크 지침 변경을 고민하고 있고, 홈디포·해리스티터·홀푸드 등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CDC가 마스크 지침을 개정한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마스크 없이 상원의원들과 회담한 뒤 “오늘은 대단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로즈가든 연설에 나선 그는 새 마스크 지침을 언급하고 “우리는 이렇게 멀리까지 왔다. 결승점에 다다를 때까지 제발 여러분 스스로를 보호해달라”며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제발 마스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백신을 맞은 백악관 직원들은 물론 일부 출입기자들도 마스크를 벗고 업무를 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과 코로나19 대응 최신 지침과 관련해 연설을 마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박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이던 공화당도 반겼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마침내 자유로워졌다”고 했고,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마스크 지침 개정은 늦은 것이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AP통신은 “미국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MYT)도 “1년 넘게 착용한 마스크를 이제야 벗게 됐다”면서 미국 사회가 전면 재가동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백신을 맞아라, 아니면 마스크 써라”

미국에서 CDC의 새 마스크 지침에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과 공공장소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CDC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병원·요양시설 등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다. 공항과 기차역, 버스나 기차 등을 이용할 때 마스크 의무화는 유지된다.

미 언론은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초기,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할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스마트폰 앱 등에 저장하는 ‘백신 여권’ 시행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CDC의 흰색 접종 증명서가 유일하다. 접종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가짜 증명서를 판매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트코나 트레이더 조 등 상당수 유통업체는 고객에게 백신 접종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CNN 방송은 CDC의 새 마스크 지침으로 미국 기업들이 ‘마스크 계속 착용’과 ‘백신 접종 의무화’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의 고용주들은 CDC 지침에도 사무실에 복귀하는 직원들의 접종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가능성이 크고, 아예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 여부를 따질 필요없이 일괄적으로 계속 마스크를 쓰도록 하면서 백신 접종을 사무실 복귀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 정부의 마스크 지침 변경과 달리 전문가들은 “한동안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NYT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감염병학자 7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최소 1년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백신 접종 여부를 알 수 없는 타인과 실내에 있게 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특정 환경에서 계속’ 및 ‘1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각각 26%였고, ‘1년’이라는 응답은 29%였다. ‘6개월’이라는 응답은 15%, ‘올여름에 실내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은 5%도 안 됐다.

감염병학자들은 백신 접종률이 바이러스 전파를 현저하게 늦출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률이 80∼90%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군과 어린이 등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야구장 관중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신 접종 확대 고육책들… “백신 로또에 장학금까지”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지침 변경 배경으로 최근 2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분의 1가량 줄어든 점, 12∼15세 청소년으로 백신 접종 대상자가 확대된 점 등을 들었다. 백신 효과가 입증됐고 특히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 차단에도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혼란에도 마스크 지침을 변경한 것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가 면담한 감염병학자들도 CDC의 이번 결정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백신 접종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백신 접종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거나 ‘CDC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여론을 일부 수용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특히 백신 접종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것이 이유로 꼽힌다.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잭슨 메모리얼 병원에서 한 여성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CDC에 따르면 20일까지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체 인구의 38.1%인 1억2660만명이고, 12세 이상 국민 중에선 45.2%가 접종을 마쳤다. 한때 하루 300만명이 넘었던 접종자는 15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백신 접종자에게 눈에 보이는 혜택을 보여줘 백신 맞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유인하려 한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여럿이다. 오하이오주는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주민들을 상대로 추첨을 진행해 당첨자에게 현금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오는 26일부터 수요일마다 5주간 진행되는데 17세 이하 접종자는 대학 수업료 등 4년치 장학금을 받게 된다. 백신 접종을 마친 오하이오 주민은 전체의 36%인 420만명으로, 최근 백신 접종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웨스트버지니아주도 16∼35세 백신 접종자에게 100달러짜리 예금증서를 지급하기로 했고, 코네티컷주는 백신 접종자에게 무료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백신 접종자를 데려온 주민에게 50달러짜리 현금카드를 준다.

WP는 이번 지침 변경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성인의 70%가 최소한 1회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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