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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노헬멧’ 적발… “법 바뀐 것 몰랐다” 실랑이 벌여 [밀착취재]

입력 : 2021-05-14 06:00:00 수정 : 2021-05-14 18: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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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규정 강화 첫날 현장선

안전모 개인휴대 사실상 어려워
단속 걸리자 “앞으로 못 타겠다”
홍대입구역서 90분 새 78건 적발

사고위험 높아져 단속 필요성 증가
면허 소지 등 오토바이 수준 규제
비현실적 규제 실효성 우려 높아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서 경찰이 헬멧을 쓰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타는 이용자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잠시만요, 안전모 착용하셔야 합니다!”

 

전동 킥보드 규제를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횡단보도에서 교통경찰이 전동 킥보드를 타던 김모(23)씨를 불러 세웠다. 김씨는 안전모(헬멧)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참이었다. 경찰은 김씨에게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 킥보드 탑승 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고, 횡단보도 위를 주행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개정안대로라면 김씨는 안전모 미착용(2만원)과 횡단보도 주행(3만원)으로 범칙금 5만원이 부과되는 대상이지만, 경찰은 한 달간 계도 기간임을 고려해 주의만 줬다. 김씨는 “법이 바뀐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가까운 곳에 잠깐 볼일이 있어 전동 킥보드를 탄 건데,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이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1시간30분 동안 단속한 결과, 전동킥보드 46대와 전기자전거 32대 등 총 78건의 규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이들은 대부분 김씨처럼 안전모를 미착용했거나, 횡단보도나 인도 등을 주행한 경미 위반에 속해 계도조치하는 데 그쳤다. 

◆개정 도로교통법, PM 규제 강화

 

국내에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13일부터 강화됐다.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PM은 통상 자전거 정도의 운송 수단으로 여겨져왔는데 앞으로는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PM 이용자 증가에 따른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의 면허증 없이 PM을 타다 적발될 경우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다. PM을 운전자 외의 동승자와 탑승한 경우 범칙금 4만원, 안전모를 미착용한 경우 범칙금 2만원을 내야 한다.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이전에는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됐지만, 개정법에서는 10만원으로 강화됐다. 경찰은 한 달간 계도 위주의 단속을 실시한다. 이 기간 사고와 직·간적적으로 관련되는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범칙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규정이 대폭 강화된 것은 이용자 증가와 함께 사고 위험도 높아진 탓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PM 규모는 2017년 9만8000대에서 2019년 19만6000대로 급격히 커지고 있다. 동시에 사고도 급증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이 집계한 2019년 PM 관련 교통사고는 876건으로, 2017년(244건) 대비 약 3.5배 늘었다. 이날 경남 창원에서도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몰던 20대 운전자가 승용차와 부딪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규제만 강화해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기존의 PM 관련 규제들도 필요한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경찰도 현장에서 계도나 경고를 할 뿐 단속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법대로 하려면 PM 이용자들이 차도 위를 달려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했다간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서 경찰이 헬멧 미착용 등 위반 단속을 벌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빌려 타는데 안전모 휴대 어려워”

 

PM 이용자 대부분이 안전모 착용 기준을 지키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공유 서비스 업체가 안전모를 대여해줘도 이용자가 꺼릴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안전모를 대여해 주는 경우 위생문제가 심각해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이 엄중한데 안전모를 여러 사람이 나눠쓰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PM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박모(31)씨는 “안전모를 쓰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애초에 PM을 간편하게 타려고 빌리는 건데 누가 안전모를 들고 다니겠냐”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6)씨는 “날씨도 더운데 여러 사람이 쓰던 안전모를 쓰는 건 찝찝할 것 같다”고 했다. 안전모 분실 위험도 크다. 서울시가 2018년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따라 따릉이 이용자에게 안전모를 무료로 빌려줬을 때도 이용률은 3%에 그쳤고, 분실률은 24%에 달했다. 

이용자의 인식 개선도 숙제다. 이날 취재진이 서울 홍대와 신촌 인근에서 만난 PM 이용자 대다수는 법 개정에 따른 규정을 모르고 있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PM을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식부터 개선시키는 것이 순서에 맞다”며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50년이 걸렸는데, 무턱대고 단속부터 강화한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권구성·장한서 기자, 창원=강민한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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