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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공공버스 ‘퍼주기식’ 준공영제 바로잡는다

입력 : 2021-05-06 06:00:00 수정 : 2021-05-05 22: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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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공공버스제’ 전면 시행
광역버스 공공성 강화에 초점
모두 221개 노선 2072대 대상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 탈피
노선 경쟁입찰·한정면허 적용

도민에 소유권… 재정지원 투명
운전기사도 시민도 만족도 높아
경기도 공공버스. 경기도 제공
#1.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나 이용하는 시민, 버스회사에 모두 좋은 일 아닌가요?”

18년간 버스 운수종사자로 일해온 이성노(51)씨는 지난해 3월 경기도가 처음 도입한 ‘공공버스’를 이처럼 평가했다. 이씨는 2014년 이후 광역버스인 7007-1번을 운행 중이다. 경기 분당신도시에서 출발해 과천을 거쳐 서울 여의도를 오가는 이 버스는 교통 사각지대인 분당∼과천, 분당∼여의도를 단번에 연결하는 필수 노선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승객이 급감했지만, 공공버스로 전환되면서 배차 차량이 4대에서 7대로 오히려 늘었다. 배차시간도 기존 1시간에서 30∼40분으로 좁혀졌다. 이씨는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회사와 고용위기에 놓인 기사들, 노선 폐지 위험에 노출된 승객까지 모두 혜택을 받았다”고 전했다.

#2. “‘공공버스’의 운영만큼은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월 이재명 경기지사의 페이스북에는 광역버스와 관련한 글이 올라왔다. 정부의 광역버스 예산 합의 미이행으로 어려움을 겪던 경기도가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의 적용을 받던 광역버스들을 ‘공공버스 준공영제’로 추가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사는 “(민영제로 회귀할 예정인) 71개 노선, 610대를 공공버스로 돌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버스업계 붕괴 위기… ‘공공버스’가 대안

코로나19로 버스 이용객 수가 급감한 가운데 경기도는 오는 8월 광역버스 노선의 공공성을 강화한 ‘공공버스제’를 전면 시행한다. 경기도에 차고지를 둔 전체 245개 노선, 2338대의 광역버스 가운데 90%에 이르는 221개 노선 2072대가 대상이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공공버스는 경기도가 민선 7기 들어 전국 최초로 시행한 노선 입찰제와 한정면허 기반의 새로운 준공영제다. 민간사업자가 노선권(재산권)과 영구면허를 갖던 기존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에서 벗어나 노선 경쟁입찰과 한정면허를 적용했다. 도 관계자는 “자가용보다 편리한 대중교통을 표방했다”며 “효율성과 편의성, 승객 안전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의 공공버스 관련 글. 페이스북 캡처

앞서 도는 지난해 3월 16개 노선, 120대의 공공버스를 처음 운행하기 시작해 현재 137개 노선에서 1350대의 공공버스를 운행 중이다. 여기에 이 지사가 예고한 610대를 포함해 오는 8월까지 83개 노선, 722대의 버스가 추가로 공공버스로 증차 혹은 전환된다.

 

이 지사의 민선 7기 공약 중 하나인 공공버스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버스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전환에 속도가 붙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량은 전년보다 27%가량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면서 주말과 공휴일의 대중교통 이용량 역시 36% 감소했다. 경영난이 가중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버스업체들은 감축 운행과 운전기사 유·무급 휴직 등 단기 처방에 나섰지만, 운행 중단이 불가피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버스 준공영제와 달리 노선 소유권을 도민 품으로

기존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와 가장 큰 차이점은 노선 소유권이다. 기존 제도에선 영구면허를 보유한 버스업체가 공공재인 노선권을 가져갔다. 반면 공공버스에선 공개입찰로 선정된 운송사업자가 일정 기간 운영권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운송사업자는 매년 평가를 받아 이를 근거로 면허갱신 여부가 결정된다. 노선을 개별 업체가 사고팔 수 없고, 입찰 가격 안에서 운영이 이뤄진다.

도는 지난해 7월 광역버스 노선에 적용되던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의 중지를 선언했다. 이어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올해까지 도내 광역버스의 대부분을 ‘경기도형 공공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공공버스는 투명한 재정지원이 강점이다. 기존 제도는 지자체가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민간업체의 적자를 메우는 방식이었다. 이 제도는 운전기사의 1일 2교대 확립, 운행 횟수 준수 등에는 기여했으나 공적 통제에는 한계가 있었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나 교통사고 건수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기존 제도에선 월평균 교통사고 건수가 2018년 5.17건에서 2019년 7.33건으로 무려 42% 증가했다. 월 평균 행정처분 건수도 2018년 9.17건에서 2019년 11.5건으로 25%가량 늘었다. 이재명 지사가 페이스북에서 “시장에 자율권을 맡긴 결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까지 현저히 떨어졌다”고 비판한 이유다.

◆공공버스 종사자 “고용 안정”… 부품값 부풀리기 등 줄어

공공버스를 둘러싼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한 대형운송회사의 관리직 간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감차에 따른 민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공공버스가 해법이 됐다”며 “버스노선이 공공재가 되면서 시설물 유지관리에 대한 평가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공버스를 1년가량 몰았다는 한 운수종사자는 “각종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고용유지 불안감에 시달려왔다”면서 “공공버스 도입 이후 하루 4회 운행하던 격무에서 벗어나 2회 운행(8시간 근무)하는데, 임금은 크게 깎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승객들은 “도입 초창기라 큰 변화를 체감할 순 없다”면서도 “운수종사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운행도 안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도가 실시한 버스 이용 만족도 조사에선 공공버스가 △안전 운행 △인적 서비스 △차량 쾌적성 △이용 편의성 등 모든 분야에서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 버스를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버스와 기존 버스의 운송원가를 비교한 결과에선 운전·정비직 등의 임금은 변동이 거의 없었지만 정비비, 보험료 등은 감소했다. 기존 준공영제가 정해진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부품값 부풀리기 등이 가능했던 폐해를 바로잡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도민들은 버스에 대한 중요 가치로 시장 자율성(19%)보다는 공공성(73%)을 꼽았다. 현재 공공버스에선 친절기사 인증제, 고성능 와이파이, 공기청정시설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도는 입찰공고, 사업자 선정, 면허발급, 운행 준비 등의 절차를 밟아 8월1일부터 공공버스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63억원의 예산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에도 231억원의 사업비를 우선 배정했다. 아울러 다양한 택지개발지구, 산업단지와 교통이 불편한 소외지역 등에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올 하반기까지 18개 공공버스 노선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앙정부도 채택 국가표준이 됐다”

 

“공공버스는 공공성과 효율성, 투명성을 담보하면서 경쟁과 보상의 효과가 실질적인 서비스로 직결되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한규(사진)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5일 ‘경기도 공공버스’의 공공성과 편의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방식을) 채택할 만큼 기존 버스 관련 제도의 불합리성을 바로잡고, 불공정을 공정으로 바꾸는 국가표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에서 광역급행형 시내버스에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일부 도입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부지사는 “경기도 광역버스의 합리적 운영은 도정 핵심사안”이라며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를 갖추는 게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기존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에 대해선 ‘퍼주기식’ 제도라고 비판했다. 애초 민간의 재산권과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버스업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투명성 저하, 서비스 개선 한계 등이 노출되면서 효율성 측면에서 역주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지사는 “(공공버스는) 관행을 탈피한 제도이다 보니 출범 초기 우려가 컸다”면서 “운송사업자들이 담합하거나 아예 응찰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걱정과 달리 세 차례 노선입찰에선 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운전직 인건비를 가격입찰 항목에서 제외해 임금수준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버스를 시행하면서 재정지원관리시스템인 ‘경기버스파인’이 구축돼 업체의 세부 집행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점도 새 공공버스제의 강점이다.

 

이 부지사는 “공공버스 확대가 교통 서비스의 질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는 당초 광역버스 업무를 도 사무에서 국가 사무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중앙정부의 예산 부담 미이행으로 지체됐다”며 향후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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