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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외국 학생과 친구 되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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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1 23:25:40 수정 : 2021-04-21 23: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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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광주에 위치한 새날학교는 중도입국자녀에게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10년 전에 설립된 이 학교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온 100여명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FC광주에서 우리 학교로 찾아온 일이 기억난다. 학생들이 멋진 유니폼을 입은 축구 선수들과 필드에서 뛰어보고 사인도 받으면서 축구 연습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아직도 그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FC광주 선수들을. 이와 같은 행사를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외국인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그들이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든 따라가지 못하든 한국어 실력이 빨리 늘든 시간이 지나가도 한국어가 하나도 늘지 않든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친구가 되어주는 시설, 공무원, 시민이 필요한 것이다.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은 결과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히 여길 때 가능해진다.

안드레이 새날학교 교사

요즘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과정이 아니라 행위의 결과물만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에서 온 아이들에게는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한국에 온 지 별로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인내심과 사랑으로 다가가면 그때부터 이 아이도 고마워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여유를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까. 시간표가 꽉 짜인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서 그들에게 따로 여유를 줄 학교는 먼 미래의 꿈 같기만 하다.

내 수업시간에 러시아어로 한국 역사를 소개해준 적이 있다. 아이들이 한국의 아픈 역사를 들으며 울기도 했다. 외국인이지만 마음이 순수한 그들에게 남의 아픔이 절대로 남의 아픔이 아닌 셈이다. 조금 더 그들에게 따뜻함과 인내 그리고 사랑을 주면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아이보다 한국을 더 사랑할 수 있고 한국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소중한 아이들이다.

광주 광산구에 있는 월곡동이라는 동네에서 약 1000명 넘는 고려인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한국인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보다 시끄럽지 않게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 아이가 위험하거나 다치고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마다 고려인 아이들이 도와주러 나선다. 이와 같은 상황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외국 학생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이다. 시간이 지나 그들이 한국 문화와 역사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면 월곡동을 일으키고 광산구를 일으키고 광주 그리고 한국을 빛나게 하는 아이들이 되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나무의 시작은 그들에게 당장 결과를 요구하지 않고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는 친구인 선생님, 공무원, 센터장이라고 본다.

5명 아이의 아빠로서 체득한 교육의 비결은 아이에게 친구가 필요하고 부모의 마음과 따뜻함 없이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듯이 학교든 지역아동센터든 아이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기만 하면 더 나은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그들의 입장과 상황을 알리는 교사가 되어 보고 싶다.

 

안드레이 새날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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