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천리포 수목원 일군 ‘파란눈 한국인’의 나무사랑

입력 : 2021-04-17 03:00:00 수정 : 2021-04-16 19:36: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임준수/김영사/1만9800원

민병갈, 나무 심은 사람/임준수/김영사/1만9800원

 

‘나무가 주인이 되는 땅’을 꿈꾼 푸른 눈의 한국인이 있었다. 자식처럼 키운 나무들이 탈없이 잘 자라는 게 마지막 소망이었던 사람.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칼 페리스 밀러, 1979년 한국으로 귀화한 뒤 민병갈로 살며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했다.

책은 탄생 100주년을 맞은 민병갈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그는 증권가의 큰손, 음악과 술을 즐기는 풍류객, 한국 문화를 사랑한 선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요함이 번뜩이는 수집광이자 공부벌레로 유명했다. 무엇보다 충남 태안에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하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곳으로 키운 자연주의자였다.

광복 직후 미군정에 근무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민병갈은 1960년대 한국의 자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무에 대한 열정은 1963년 설악산 등반 중 식물학도 홍성각을 만나면서 더욱 커졌고, 국내 식물학의 권위자 이창복 교수와 교유하며 공부에 매진하게 됐다.

열정적인 만년 식물학도는 즐겨 찾던 서해의 휴양지 만리포에서 딸의 결혼자금을 마련하려는 한 농부의 부탁으로 천리포의 거친 땅 9900여㎡(3000평)를 사면서 크게 요동쳤다. 이곳은 이후 59만㎡(약 18만평) 규모로 성장한 천리포수목원의 전진기지가 됐다.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식물학과 원예학 발전의 첨병이다. 국내 최초로 세계 각지의 수목원, 식물원, 연구기관과 협약을 맺고 종자를 무상교환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유 수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천리포수목원에는 700여 종류가 넘는 목련속 식물을 비롯해 1만6000여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저자는 민병갈의 꿈과 정신을 기리면서 치열했던 일생을 풀어낸다. 민병갈이 가족, 친구, 동료들과 나눴던 편지 1000여 통과 직접 찍은 사진 500여 장이 핵심 자료가 됐다. 또 미국 소도시의 주간지부터 해외 유수 언론에 이르기까지 민병갈과 관련된 기사와 인터뷰를 자료로 활용했다.

 

강구열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