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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대박났는데… 삼성전자는 왜 美 증시 상장 안 했을까 [데스크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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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24 07:00:00 수정 : 2021-02-25 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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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내 투자자들 “삼성전자 나스닥 상장 운동하자”
삼성전자, 2000년대 초 나스닥 상장 추진했다가 포기
자금조달 필요성 없고, 한국대표기업 상징성도 부담
사진=뉴시스

미국 뉴욕거래소(NYSE) 상장 추진으로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원으로 평가되면서 국내 다른 기업들의 해외 증시 진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중에서도 국내 대표기업이자, 미 나스닥 최상위 기업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왜 미국 증시에 진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된다.

 

올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피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라며 “삼성전자는 왜 나스닥 상장 안하냐”는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해외 증시 상장에 따른 수고 대비 실익이 크지 않고, 국내 대표 기업이라는 상징성 등으로 미국 증시 진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0년대 초 나스닥 진출하다가 중단

 

사실 삼성전자는 과거 기술주 중심인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2000년대 초 나스닥 상장을 위한 특별기획팀을 구성, 외국 금융사 등과 상장을 위한 절차와 조건 등을 협의하는 단계까지 갔다. 구체적으로 내부 회계시스템을 국제회계기준에 맞추고, 3월개월마다 경영실적을 공시하는 나스닥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작업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반도체 부문만 따로 떼내 먼저 상장하는 안과 삼성전자 자체를 상정하는 안을 놓고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1월 최도석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나스닥 상장에 드는 비용과 수고에 비해 당장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돼 당분간 나스닥상장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에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 외국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삼성전자를 분할해 나스닥에 상장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엘리엇은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핵심사업 규모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외증시상장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분야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TSMC의 미국 증시 상장효과를 비교했다. 엘리엇 측은 “마이크론의 경우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10%에 미치지 못하지만 절대적 기준에서 삼성전자보다 높은 유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TSMC는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해 하루 2억달러 이상의 거래량 증가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도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점 때문에 삼성전자의 거래 규모가 제한되고 주가 상승도 방해받고 있다”며 미 증싱 상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중국은 2014년 알리바바를 비롯해 100개가 넘는 기업이 뉴욕증시에서 거래되고 있고, 대만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TSMC, 일본의 도요타 등도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까다로운 요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로 향하는 것은 더 많은 투자자로부터 자국 증시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AP연합뉴스

삼성의 숙적이자 전세계 시총 1위인 애플은 지난해 8월 이미 2조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2월 기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총은 1조8000억달러, 아마존 1조6800억달러, 구글 1조4000억달러 등의 수준이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의 시가총액은 약 744조5000억원 수준으로 삼성전자(22일 종가 기준 약 493조원)의 1.5배 수준이다.

 

◆소액투자자만 좋을 뿐 삼성전자에는 실익 없다?

기업가치가 급등하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미국 증시를 단념한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자체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꼽는다.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상장됐다면 주가는 훨씬 올랐을 것”이라면서 “프로야구 류현진 선수가 국내에서 연봉 4억6000만원 받다가 토론토에서 200억원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그러나 “주가가 높으면 증자할 때 유리하지만, 증자하지 않는한 본질적으로 주식 거래와 기업의 자금조달은 무관하다”며 “삼성은 사업으로 번 유보자금으로 비지니스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20조원을 넘기 시작,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36조원에 달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한국 대표기업이라는 정서적, 상징적 의미 때문에 해외로 가는데 부담이 따른다는 분석도 있다.

 

노경수 메리츠종금 리서치센터장은 “쿠팡은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으면서 더 많은 투자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0년 초에도 그런 필요성 보다는 글로벌하게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는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시 상장은 자본시장의 가치만 따져서 비교할 수 없다”며 “또 당시에는 지금처럼 우리 국민이 미국 주식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명분상으로도 한국에 남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센터장은 “한국 기업의 성장을 국내 자본과 투자자들이 공유할 권리가 있다”며 “국내 기업의 본주는 기본적으로 그 나라 증시에 상장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오너 일가에 유리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고 이건희 회장 생존 당시에 과연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오르는게 유리했을까”라며 “이미 상속세만 1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가가 더 많이 올랐었다면 오너 일가의 부담도 더 커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미 증시에 상장했을 때 현 시점에서 유효한 혜택은 주가 상승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커진다 것 정도다. 엘리엇이 나스닥 상장을 집요하게 요구했던 것도 삼성전자가 나스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고, 그에 따라 엘리엇을 포함한 주주들의 이익이 한국거래소에 있을 때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은 충성 주주와 근로자를 위해서 존속해야할 이유가 있지만, 투자자들의 자본 이득을 목적으로 (상장을)강조하는 것은 권리로 볼수 없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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