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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하원 트럼프 탄핵…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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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14 23:26:42 수정 : 2021-01-14 23: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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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정치·민주주의 파괴 대가
미국 정치사에 최대 오점 남겨
우리 정치권이 반면교사 삼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3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장 내 의장석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종료를 일주일 앞두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하원은 13일 시위대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겨 내란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첫 대통령이 됐다.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진행될 상원 표결에서 탄핵안이 통과하려면 공화당 의원 50명 중 최소 17명이 반란표를 던져야 가능해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하원 탄핵안 통과만으로도 의미가 가볍지 않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 대통령조차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초당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쌓아올린 절차 민주주의의 금자탑을 무너뜨려 240년 미국 정치사에 최대 오점을 남겼다. 그는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폭력은 내가 믿고 우리 운동이 지지하는 모든 것에 반한다.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의사당 폭력 사태를 비판하고 숨진 의회경찰 2명을 기리기 위한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의회 난동 직후 “여러분을 사랑한다. 매우 특별하다”고 격려성 발언을 한 이가 아니던가. 상원의 탄핵을 모면하기 위한 쇼로 비칠 뿐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이 탄핵 표결에서 반기를 든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과 헌법에 대해 이보다 더 큰 배신을 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분위기가 이 정도니 일반 국민이 느꼈을 분노가 어떠할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막말과 극단적 정책에도 지지율이 30% 밑으로 내려가지 않은 것은 팬덤 덕분이다. 극렬 지지층만 바라보는 그의 팬덤정치는 미국을 분열시키고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 보호막 역할을 하던 팬덤이 의회 난동으로 그의 몰락을 재촉한 것은 역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 신세가 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팬덤정치의 퇴조는 미국 정치의 새 길을 열어줄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가장 초라하게 만든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진영 간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달한 정치권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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