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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 “국민께 심려 송구” vs 복지부 “달라진 것 없어”

입력 : 2020-10-09 10:50:48 수정 : 2020-10-09 10: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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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부족 시 국민 생명권 위협”
지적에는 병원도, 정부도 일단 ‘공감’
전국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고시 응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합니다.”(대학병원장들)

 

“젊은 의사들이 단체행동을 해서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쌓여 있는 상황인데, 이 부분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보건복지부)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사 국가고시(국시)에 응시하지 많아 내년 신규 배출 의사의 절대 부족이 우려되는 가운데 의대 4학년생들을 대신해 대학병원장들이 사과하고 국시 응시 기회 재부여를 부탁했으나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용서’와 ‘화합’의 계절인 가을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부터 공중보건의(공보의) 수급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병원이 없거나 부족한 벽오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전날(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한국의 명의(名醫)들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듭 송구스럽다는 뜻을 밝히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먼저 대학병원장들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의대생들은 지난달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문재인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휴진(파업)에 나서자 ‘예비 의사’로서 선배들과 연대한다는 뜻에서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이후 정부가 한발 물러서 기존 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의협은 진료를 재개했고 의대생들 역시 방침을 바꿔 국시에 응시하기로 했으나 정부가 ‘국시 추가 실시는 힘들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병원장들의 사과 후 국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이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을 막지 못했고, 그로 인해 국민들께서 큰 심려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선배로서 국민께 사과드렸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규 배출 의사가 줄어들면 내년부터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증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의사들이)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여러 경로로 국시 허용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대학병원장들이 뒤늦게라도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다투는 필수 의료 분야의 젊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고 나온 상황에서 그것을 관리해야 할 병원이나 교수님들께서도 그 부분을 잘 챙기지 못해 국민이 안전이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의대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국민들이 사과를 마음으로 받아들여 ‘용서’와 ‘화합’의 의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게 먼저라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병원이나 의료계에서 “신규 배출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지면 당장 내년부터 무의촌 등으로 보낼 공보의 수급부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대목에 관해선 정부도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마침 본인이 치과의사 출신인 전현희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대생들의 고충을 잘 해결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되고 전 위원장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10월 중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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