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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1% ‘미투’ 지지하면서도 30% “이성과 일하기 불편해져” [미투, 그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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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04 22:00:00 수정 : 2020-08-04 22: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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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지지와 외면, 그리고 불편
85% “성인지 감수성·언행 변화 영향”… 절반 이상 “피해자 2차 가해 매우 심해”
벌금형 처벌에는 85% “수위 낮다” 지적… 46%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주장도
‘피해자 중심주의’ 등 담론 변화 긍정적
전문가 “성폭력 퇴출 공감대 확실히 이뤄… 2차 피해 등 입장 차이 조율은 과제로”
성폭력 피해자의 사회적 고발인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은 2018년 우리 사회에 처음 등장한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존재감을 획득했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사회 운동으로 국민 인식과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미투란 개념이 퍼져나간 속도에 비해 ‘피해자의 말하기’는 여전히 많은 위험과 편견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세계일보는 지난달 23일부터 10일간 성인 313명을 대상으로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설문 결과 큰 틀에서는 사회 운동으로서의 미투가 갖는 의의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성별, 세대 간 인식 차를 드러냈다. 미투 운동을 향한 일각의 반발 여론, 불편함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투운동은 지지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10명 중 9명은 미투 운동에 대해 ‘지지한다’(매우 지지 69.5%, 약간 지지 21.5%)고 답했다.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절반(49.5%)을 차지했다. ‘약간 긍정적’이라는 응답을 합치면 지지 의견과 비슷한 수준의 비율을 보였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응답은 9.3%였다.

 

미투 운동은 설문자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성인지 감수성이나 언행,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84.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41.8%에 달했다. 미투 운동이 등장하면서 ‘이성과 일하는 게 불편해졌다’는 응답이 30.2%로 나온 것은 이 같은 영향의 일종으로 분석된다.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공론화한 후 겪는 2차 피해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피해의 정도에 대해 ‘매우 심하다’는 응답이 55.8%로 가장 많았고, ‘약간 심하다’ 30%, ‘보통이다’ 10.6% 순이었다.

또 2차 가해를 저지른 이들에게 대부분 명예훼손에 따른 벌금형이 내려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가 낮다(84.9%)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한국양성평등진흥원 변신원 교수는 “미투 이후로 사람들이 성희롱 없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전체적인 합의는 확실히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2차 피해이고 어디까지를 성폭력으로 볼 것인지 등을 정리하며 입장 차이를 조율해 갈 단계”라고 말했다.

 

미투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역고소(무고)의 경우 의견이 엇갈리게 나타나 구성원 간 이러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응답자 중 64.1%가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공감했지만, 역고소가 ‘피고소인의 권리이므로 문제없다’는 의견도 35.9%에 달했다.

성폭력 무고는 미투 관련 논의에서 가장 논쟁적인 화두 중 하나로, 성폭력 피해 주장이 허위인 경우가 많다는 주장과 함께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고 고소 사건의 기소율(7.6%)은 매우 낮고, 유죄 판결이 선고되는 사례(5.9%)도 일반 사건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다가 무고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은 피해자를 더욱 침묵하도록 하는 등 피해자 전반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며 “무고 역고소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측의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비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른 것에 대해서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76%였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또 한 번 화두가 된 피고소인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소멸 제도에 대해서는 ‘사망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로 지배적이었다. 현재 10년 수준인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늘리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8.5%나 됐다.

◆“피해자의 용기·노력, 사회가 계속 이어가야”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말하기 시작했지만, 피해자들이 침묵해야 했던 오랜 역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하루아침에 현실을 바꾸려 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미투 운동을 이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투 운동이 초기에 분명했던 명분을 바탕으로 확산한 것에 비해 앞으로는 한 발씩 내딛기가 조금씩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의 미투 담론과 전망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권 의원은 “너무 많은 순간순간의 논쟁이 더해지면서 맥락이 복잡해져 버린 측면이 있다”며 “이를 하나씩 해결해가면서도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피해자의 용기와 노력을 잘 살려 나갈 방법에 대해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변신원 교수는 “지난 2년여 동안 미투 담론의 변화 양상에 대해 ‘백래시’(강한 반발)와 혐오를 많이 떠올리겠지만 ‘피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매우 대중화되기도 했다”며 “그 말의 이해와 적용이 달라 이견이 생기지만 과정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폭력을 공론화함으로써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현상을 마주하게 된 것 자체가 진전이라는 설명이다.

 

미투 운동은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의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미투가 말한 것 말하지 못한 것: 성폭력피해상담 지원과정 분석 연구포럼’ 보고서에서 “미투 운동은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려는 폭발적이고도 강력한 연대의 힘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투 운동은 성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인 경험인지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해왔음을 보여준다”며 “사회적 인식과 법, 언론, 때로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들의 저항을 무시해 오다가 ‘미투’란 단어를 통해 이제야 특별한 일로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닌지 성찰할 때”라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정지혜·박지원·배민영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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