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사는 A(14)양은 지난 2일 오후 11시7분쯤 예비키를 이용해 광주공항 주차장에 세워진 아버지의 차량을 몰래 타고 나왔다.
차에는 A양의 일행 3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차를 몰고 돌아다니다 다음날(3일) 오후 11시40분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북오산 IC(나들목) 인근에서 다른 차량과 사고를 내 해당 차량 운전자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광주 광산경찰서로 신병이 인계된 A양과 일행은 어떤 혐의로 처벌받게 될까.
현재 경찰이 A양과 일행을 상대로 절도와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인 가운데, A양은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이 다루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는 내용 때문이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장물·권리행사방해)의 경우 형을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A양이 아버지의 차를 몰고 나간 행위는 절도가 맞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직계혈족에 해당하므로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한다는 의미다.
다만, 경찰은 A양이 운전면허 없이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것에 대해서는 형사 입건해 처벌할 계획이다.
아울러 ‘형을 면제한다’는 것은 범죄는 성립하나, 이에 대한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는 뜻의 선고를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형의 면제라도 재판으로써 선고하며, 이 재판의 성질은 엄연히 ‘유죄의 재판’에 속한다.
이러한 절차는 가족 간에 발생한 문제는 법이 간섭하지 않고 친족 내부에서 해결한다는 친족상도례의 취지가 반영된 것이며, 엄격한 법이 필요한 강도와 손괴 등은 친족상도례에서 예외로 한다.
앞서 언급한 범위 외의 친족 간에 재산범죄가 벌어졌을 때는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아버지가 소파 밑에 감춰둔 현금 1억8000만원을 훔쳤다가 붙잡힌 아들에 대해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례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핵가족과 1인 가구 등이 생겨나면서 예전보다 가족 범위가 많이 축소된 점, 친인척간의 밀착관계 유지가 과거보다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친족상도례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족상도례 범위의 보완 가능성을 검토할 여지는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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