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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시장 성추행 사퇴… 공직자 윤리가 이 지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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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3 22:42:19 수정 : 2020-04-23 22: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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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드립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부산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을 했다”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뉴스1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어제 전격 사퇴했다. 오 시장은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퇴에 이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성추행 사퇴는 충격적인 일이다. 3전 4기 도전 끝에 지역주의 벽을 허물고 시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더 실망스럽다. 부산시민과 지지자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피해 여성은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달 초 업무시간 처음으로 오 시장 수행비서 호출을 받았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에 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고 법적 처벌을 받는 명백한 성추행이었다”고도 했다. 사실이라면 시장직 사퇴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찰은 서둘러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 시장이 보여준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다. 그의 말에 비추어 사건 당시엔 문제될 것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시장이 이 정도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피해 여성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 표현으로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오 시장은 지난해에도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는 ‘미투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018년 한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옆에 앉혀 구설에 올랐다. 오죽하면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이번 사건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했겠나.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7일 열린다. 이때까지 시정 공백이 불가피해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성추행 무관용 원칙에 따라 오늘 윤리심판원을 열어 오 시장을 제명할 방침이다. 당연한 조치다.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오 시장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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