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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격리수용 건강상태 열악… 면역기능 떨어져 치명적” [코로나19 비상]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6 18:32:37 수정 : 2020-02-26 22: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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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임상위,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분석 / 사망자 12명 중 7명이 대남병원 환자 / “기저질환 앓아… 폐렴 급속 진행 추정 / 창문 등 밀폐·그룹치료로 밀접 접촉 / 온돌바닥에 매트리스… 환경도 열악” / “코로나 발병 후 두 달 이후 정점에 / 당분간 환자 수 더 많아질 것 예상”
‘코호트 격리’ 대남병원 의료진·환자 대화 코로나19 사망자 7명을 포함해 확진자가 100여명이 나온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코호트 격리’ 조치된 환자들이 정신병동 내부에서 의료진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이 26일 공개됐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제공

청도대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벌어지고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것은 폐쇄병동이라는 정신병원의 환경 특성과 장기입원 환자의 열악한 건강상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망자 발생 원인과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 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배경에 대해서 이같이 밝혔다.

방지환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왼쪽 두 번째)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방지환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은 “이번 돌아가신 청도대남병원 환자 중 7명이 정신과 폐쇄병동에 장기간 있으면서 폐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등 공통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이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의 급속 진행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된다. 청도대남병원 외 사망환자 역시 만성신부전 등 기저질환과 불량한 건강상태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청도대남병원 사망자 7명은 세부적으로 기저질환은 다르지만 근육량이 적고, 백혈구 수치 저하, 영양결핍 등 기본적으로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져 예후가 좋지 못한 공통점이 있었다”며 “정신장애가 있다 보니 적절한 음식섭취와 개인위생, 건강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 투신·자해를 막기 위해서 창문 등이 밀폐돼 있어 자연 환기가 어렵다는 점, 그룹치료를 위해 밀접한 접촉이 많다는 점 등 일단 균이 들어오면 전파가 쉽다는 (환경적) 특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과장은 “다만 청도대남병원은 침대도 없이 온돌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하는 등 다른 정신병원보다 입원 여건이 더 열악했다”고 지적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코로나19 지역확산, 과학적 접근과 대응 필요' 기자회견에 참석해 치사율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1% 수준이다. 주로 고령이나 지병환자를 중심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더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신종 감염병이 유행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일단 (정신병원 등에) 감염균이 들어오면 전염성 호흡기 질환의 경우 전파력이 일반 확진 환자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연령과 상관없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이날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반 성인에 대해서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상당히 낮지만, 고령이거나 당뇨·심혈관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에게서는 치명률이 높다”며 “초기 청도대남병원이라는 특수 고위험집단이 코로나19에 노출되면서 안타깝게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고 각종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감염관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초기부터 엄격하게 중증도를 분류해 중증환자를 집중 검사, 치료할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119구급대 대기 26일 오전 경북 청도대남병원 앞 도로에 코로나19 환자를 긴급 이송하기 위한 119구급대가 대기하고 있다. 청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을 제외한 치명률(0.4%)보다 우리나라 치명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 본부장은 “평균적인 치명률에 대해서는 지역·국가별, 의료시스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시간이 더 지나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가 당분간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우한 사례로 볼 때 코로나19 확산은 발병 후 두 달 이후에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당분간은 환자수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지난 19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교회 앞에서 보건당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12명까지 늘어나면서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첫 사망자와 첫 외국인 사망자도 확인됐다. 지금까지 사망 원인 재판단이 필요한 경주와 몽골인 사망자를 제외한 10명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에서 집중 발생했다. 특히 12번째 사망자는 사망자 중 처음으로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환자다. 정 본부장은 “12번째 사망자는 아마 교인으로 확인하고 있다”면서 “기저질환이 있으셨고 (대구의료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다가 폐 호흡기 증상이 악화돼 23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으로 옮겨져 기계호흡 치료 등 여러 가지 집중 치료를 받으셨다. 집중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폐렴이나 아니면 전신 소견이 호전되지 않아 오늘 새벽에 사망하신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 청도대남병원이 신천지 소유 아니냐는 등 신천지 연관설이 제기됐으나 세계일보 취재결과 이 병원은 2010년 내부 비리로 물의를 빚은 부산의 A사회복지법인 후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법인은 이사장의 배임·횡령·리베이트 등 각종 범죄 혐의가 불거져 논란이 됐고 이사장이 처벌을 받았다. 현재 청도대남병원을 운영하는 대남의료재단 오모(37) 이사장은 당시 A법인 이사장의 아들로 알려졌다. 병원 옆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에덴원의 대표도 오 이사장으로, 이곳 이사진 역시 A법인에서 활동했던 이사가 일부 포함됐다. 청도대남병원 관계자는 신천지와의 연관성 논란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남혜정 기자, 대구=김덕용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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