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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잦은 근로자 임금 ‘한우물’의 70%

입력 : 2019-09-17 19:40:00 수정 : 2019-09-17 19: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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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硏 이직·성과 보고서 / 첫 취직 이후 8년간 사례 비교 / 계속근무 직장인 임금 가장 높아 / 2년내 이직 ‘고용안정’ 근로자 / 임금상으론 불이익 거의 없어

“시작이 중요해. 취업이 늦더라도 첫 직장을 잘 잡아야지.”

“눈높이를 낮춰봐. 사회생활은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게 좋아.”

다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이렇게 서로 다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A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친척들의 ‘추석 조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누구나 첫 일자리를 잘 구하고 싶지만 이제 막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이 ‘취업관문’을 통과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취준생들은 취업 재수·삼수를 거쳐서라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게 나을지, 일단 관련 업계에 취업한 뒤 이직을 거쳐 좋은 일자리를 잡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17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9월호’에 실린 ‘청년의 이직과 성과’ 보고서는 이 같은 고민에 대한 일정부분 해법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진입 방식의 차이가 향후 개인의 임금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졸업 직후 2년 내에 이직해 고용이 안정된 근로자와 첫 직장에서 꾸준히 근무 중인 근로자의 임금 차이가 거의 없었다. 반면 졸업 후 8년간 이직이 빈번했던 근로자의 임금은 첫 직장을 유지한 근로자의 70% 수준에 그쳤다.

분석대상은 최종학교 졸업 후 8년이 지난 25∼44세 남성이다. 여성은 결혼 후 경력단절 문제가 있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졸업 후 8년간 첫 일자리에서 이직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계속 근로자) △졸업 후 진입한 일자리에서 첫 2년간 2회 이하 이직했으나 이후 6년간 이직 없이 정착한 경우(안정 고용 달성자) △졸업 후 8년간 4회 이상 이직한 경우(빈번 이직자)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임금 수준을 추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계속 근로자의 취업 초기 임금은 안정 고용자, 빈번 이직자보다 현격히 높았다. 계속 근로자의 초기 월급 중위값(232만원)을 100이라고 할 때 안정 고용자(124만원)는 53%, 빈번 이직자(113만원)는 49%에 머물렀다. 중위값은 주어진 값들을 크기 순서로 정렬할 때 중앙에 위치한 값으로, 평균과는 다른 개념이다.

8년 뒤 이들의 상대임금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계속 근로자와 안정 고용자의 월급 중위값은 각각 347만원(100%), 332만원(96%)으로 격차가 현저히 줄었다. 빈번 이직자의 8년 뒤 임금 중위값은 248만원으로, 취업 초기보다 계속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가 줄었지만 여전히 72% 수준에 머무르면서 임금 차이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진입 첫 2년간 일자리가 없으면, 일찍 취업한 사람들에 비해 현재 임금이 약 6.7%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첫 2년간 이직횟수는 임금에 영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취업 준비가 길어져 상당 기간 미취업 상태에 머물면 임금 페널티로 이어지지만, 졸업 후 빠르게 취업한 뒤 이직을 통해 2년 내 안정된 직장에 정착하면 임금상 불이익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성 연구원은 “눈높이를 낮추라는 전통적인 시각과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환경에서 첫 일자리를 잘 구해야 한다는 시각 사이에 제3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이 일단 일자리에 밀어 넣고 근속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들어간 일자리보다 더 나은 일자리로 한 단계 나아가도록 이직을 도와주게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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