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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개인 자유… 처벌 안돼" 황당 헌법소원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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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3 07:00:00 수정 : 2019-05-23 1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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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연예인 추문으로 '마약공화국' 오명 불거진 가운데 / 재판 중인 마약사범, "처벌은 위헌" 헌재에 헌법소원 내 / "피해자 없는데 뭐가 문제냐?… 치료와 복지를 우선해야" / '대략난감' 헌재, 신속한 각하 결정… "부당한 심판 청구"

지난 3월 초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으로 시작된 일명 ‘버닝썬 게이트’는 가수 승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 내용이 알려지면서 마약과 성폭행, 경찰 유착 의혹으로까지 일파만파 확대됐다.

 

승리 외에 가수 정준영, 최종훈, 로이킴 등도 연루된 단톡방 성폭행 의혹이 게이트의 한 갈래라면 연예인 마약 의혹은 게이트의 두번째 갈래에 해당한다.

 

버닝썬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방송인 로버트 할리, 배우 박유천, 블로거 황하나 등의 마약 투약 혐의가 잇따라 드러나며 연예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런데 최근 “국가가 마약 투약을 범죄로 규정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이므로 위헌”이라는 참으로 ‘대담한’, 좀 나쁘게 말하면 ‘황당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헌법재판소가 즉시 각하 결정을 내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마약 투약자들의 심리상태가 대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씨는 올해 1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지난 2월 법원은 1심에서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4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함에 따라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마약 투약과 처벌을 대하는 A씨의 시각은 일반인과 사뭇 달랐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어느 소설 제목처럼 국가 공권력이 왜 개인의 몸에 간섭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헌법 위반”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심판 청구서에서 A씨는 “피해자가 없는 마약범죄를 형사처벌하도록 정한 것은 부당하고, 지나치게 국가가 개인의 자유에 간섭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해서는 치료와 복지를 우선해야 함에도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현행 마약류관리법의 개정까지 촉구했다.

 

청구서를 받아든 헌법재판관들은 ‘대략난감’의 처지가 됐다.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헌재에 법률 개정, 곧 ‘입법’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라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률을 ‘위헌’으로 선언할 수 있을 뿐 기존 법률을 고치거나 새 법률을 만들 순 없다. 그런 것은 입법부인 국회의 몫이다.

 

가끔 헌재가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권고를 하긴 한다. 당장 위헌으로 결정해 법률이 무효가 되면 너무 큰 혼란이 발생하므로 일정한 기한을 정해 그때까지 입법 보완을 하라고 주문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그것이다.

 

헌재 제2지정재판부(재판장 이종석 재판관)는 최근 A씨의 헌법소원 청구를 각하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에 필요한 법률적 조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 여부를 더 깊이 살펴볼 것도 없이 그냥 심리를 끝내는 처분을 뜻한다.

 

헌재는 “A씨는 이 사건 심판 청구를 통해 마약류관리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유형의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고 싶으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마약사건 담당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번 신청해보라”는 취지의 조언을 곁들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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