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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法'의 역설…처우개선보다 '대량해고' [심층기획]

입력 : 2018-12-10 18:31:10 수정 : 2018-12-11 08: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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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재임용 등 보장 法 통과후 대학들 비용 부담에 감원 추진 / 非인기학과·대학원생들 큰 타격 / 고용안정법이 되레 일자리 없애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이 대학가를 덮치고 있다. 시간강사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일정 시간 수업하면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적잖은 강사에게는 든든한 보호막이 된다. 하지만 비용 부담에 일부 대학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학원생인 신진 학자에게는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요즘 학교마다 시간강사 감원이 논의되면서 시간강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중앙대는 1200명이던 시간강사를 500명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과학기술대도 내년부터 시간강사를 500명에서 150명으로 줄이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 동아대는 시간강사 542명을 136명으로 줄이겠다고 이미 재계약 대상자에게 통보했다. 고려대는 시간강사를 사실상 ‘제로’로 만들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놨다가 학교 구성원 반발에 부딪혀 일시 보류 중이다.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대학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강사법' 통과에 대비해 고대 측이 추진하고 있는 최소한의 시간 강사 채용 방침이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학 본부인 고대 본관을 항의 방문했다.
학문 특성상 강사 의존도가 높은 학과들은 그만큼 더 많은 강사가 해고될 수밖에 없다. 성악과는 학생 개개인의 성별과 발성, 음량이 달라 일대일 개인지도가 필요하다. 서울 모대학 성악과에서는 30명 안팎의 시간강사 중 상당수가 재계약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에 분위기가 흉흉하다. 이론과 실기 양쪽에 강사가 필요해 다른 학문에 비해 강사가 2배나 많은 체육학과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의 한 대학 성악과 강사 A(34·여)씨는 “학기말인데도 재계약 얘기가 나오지 않아 동료 강사 모두가 해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처우가 열악한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시행되는데 되레 시간강사 대량 해고가 우려되는 건 왜일까. 법대로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려면 많은 돈이 드는데 자금 여력이 없는 대학으로서는 시간강사 숫자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교육부에서 이용우 대학 강사제도 개선협의회 위원장(왼쪽)과 학교, 강사 대표들이 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학업을 잇기 위해서는 시간강사 자리가 필요한 대학원생들의 강사 진입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특히 타격이 큰 곳은 인문학·사회과학 등 이른바 ‘돈이 안 되는’ 순수학문 계열이다. 이들은 이공계와 달리 시간강사 자리가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의 선택권도 좁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수(교육학과)는 “지금의 강사법은 강사 1명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라며 “학문 융복합 시대에는 강사 여러 명이 ‘팀 티칭’을 해야 하는데 시간강사법으로 오히려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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