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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화성이 품은 태고의 비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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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9 21:07:01 수정 : 2018-11-29 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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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비슷하지만 지질 활동은 덜 활발/ 인사이트호, 어떤 탐사 결과 낼지 기대
화성 내부를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인사이트호가 27일 새벽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기존 탐사선이 대부분 바퀴가 달린 이동형 로봇으로서 화성 표면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면, 인사이트는 한곳에 둥지를 틀고 화성 내부에 대한 지질 탐사를 벌이는 고정형 로봇이다. 이를 위해 인사이트에는 세 종류의 첨단 장비가 장착돼 있다. 인사이트의 탐사 기법을 알아보기 위해 화성을 달걀 모양을 띤 미지의 물체라 생각해 보자. 부수지 않고 이 물체 속의 구조나 성분을 파악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우선 물체 표면의 한 곳을 두들겨 진동을 만든 후 반대편에서 이를 감지해 보는 것이다. 내부가 단일 물질이라면 별다른 방해 없이 반대편으로 진동이 전달될 것이고, 그 속도를 측정해 내부 물질을 유추할 수 있다. 달걀의 흰자위와 노른자위처럼 성분이 다른 물질이 분리돼 있다면 빛이 서로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굴절되는 것처럼 진동하는 파동도 경계 면에서 방향을 틀 것이다. 인사이트가 설치할 지진계는 화성에서 발생하는 지진이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화성의 핵, 맨틀, 지각의 두께나 조성에 대해 상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지의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성질을 파악하는 또 다른 방법은 손을 대 보는 것이다. 그 물체가 단열효과가 좋은 스티로폼이라면 손의 피부를 통한 열출입은 거의 없겠지만, 만약 물체 속에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이 있다면 손의 열이 빨리 빠져나가며 차갑게 느껴질 것이다. 인사이트의 경우 화성 지각 속 5m 지점까지 내려가 설치될 열 감지 센서가 손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 센서는 지각 속의 열 흐름을 정밀하게 측정하며 화성 내부에서 어느 정도 열이 발생하는지 조사한다. 특히 센서의 특정 위치에서 열을 순간적으로 생성한 후 이 열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조사함으로써 지각의 구성 물질도 추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체를 돌려보면 그 내부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눈앞의 달걀이 삶은 달걀인지 날달걀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회전을 시켜보는 것이다. 내부 상태에 따라 회전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화성의 회전 상태를 상세히 알면 화성의 내부 물질, 특히 핵이 액체인지 고체인지 파악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인사이트에는 화성의 회전을 감지할 수 있는 정밀한 안테나가 달려 있다. 이 안테나는 지구에서 오는 전파 신호를 그대로 반사해 지구로 돌려보내는 거울과 같다. 지난 관측 결과로부터 화성이 작은 흔들림을 주기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 움직임은 지구와 화성 사이의 상대적 거리를 변화시킨다. 사이렌 소리를 내는 차가 내게 다가오거나 멀어지면 도플러 효과에 의해 소리의 높낮이가 바뀌듯이 인사이트의 안테나가 반사하는 전파의 주파수가 화성의 운동으로 변조되면 이를 측정해 화성의 회전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화성 내부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길래 과학자들은 화성의 속살을 엿보고 싶은 것일까. 암석형 행성인 화성은 태양계 초기 행성 형성의 비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와 비슷하면서도 크기가 작아 지질 활동이 상대적으로 덜 활발했기 때문이다. 화성 내부를 향한 인사이트의 탐지기들이 어떤 비밀을 파헤쳐 우리 앞에 꺼내 놓을지 내년이 자못 기대된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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