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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날까 불안해요"…고령 운전자 택시 피하는 승객들

입력 : 2018-08-26 10:00:00 수정 : 2018-08-26 1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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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고령 운전자 공포②] 자격유지검사 논란
회사원 김모(31)씨는 지난해 여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밤에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서 마음 졸이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그날 김씨가 만난 일흔이 훌쩍 넘어 보이던 택시운전자는 주행 내내 몸을 핸들 가까이 붙이고 불안한 눈빛으로 운전을 했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김씨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2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두운 밤에다가 비가 많이 오다 보니 고령의 택시기사 분께서 앞이 잘 안 보이시는 것 같았다.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해 의자에 등 한 번 기대지 못하고 집까지 왔다”고 그날을 회상하며 “이후로 되도록 젊은 기사분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연히 고령의 택시 운전자도 증가하고 있다. 청장년층보다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가 모는 택시를 탄 승객들은 사고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65세 이상 택시기사가 계속 운전할 자격이 되는지 검증하는 ‘자격유지검사’ 제도가 택시업계 반발로 의료기관의 ‘적성검사’로 대체될 전망이어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 시민들의 우려가 커진다.

◆택시업계, ‘생존권 위협’이라며 자격유지검사 반발

지난해 기준 만 65세 이상인 택시기사는 22%로 버스(7%)나 화물차(8%)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고령 택시기사로 인한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는 버스기사에 이어 택시기사도 자격유지검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소식을 들은 택시업계는 ‘생존권 위협’이라며 반발했고 “1∼2년 정도 자체 시행할 기회를 달라” “컴퓨터 기반인 자격유지검사를 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적성검사로 대체해 달라” 등의 요구를 했다.

이에 국토부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업계 의견을 수용해 의료기관의 적성검사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4월 ‘택시 자격유지검사의 의료기관 적성검사 대체방안 연구’ 긴급 입찰공고를 냈고,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의료기관 적성검사의 항목·방법·절차와 판정 기준, 운영체계 마련 등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할 계획이다.

◆승객들, 고령 택시기사의 불안한 운전 우려

문제는 고령 택시기사의 사고 위험성이 통계로 증명되면서 시민들의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운수종사자시스템(2015)에 따르면 같은 거리를 달렸을 경우 고령의 택시기사가 교통사고나 교통사고 사망자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비고령자보다 높다. 연간 총 주행거리에서 연간 총 사고 건수를 나눈 ‘주행거리 대비 사고 건수’는 만 65세 이상 고령 택시기사는 0.988, 그 미만인 비고령 개인택시기사는 0.650으로 차이를 보였고, ‘주행거리 대비 사망자 수’도 고령(1.21)이 비고령(0.97)보다 높았다.

일각에서 안전을 위해 엄격하게 진행돼야 할 자격검사가 업계의 반발에 밀려 느슨하게 진행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애초 추진한 자격유지검사를 통해 판별할 수 있는 운전 부적격 기사를 걸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적성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안전에 대한 우려 없이 내년 1월 1일 검사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자격유지검사란?

자격유지검사는 만 65세 이상의 고령의 대중교통 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만 65~69세는 3년, 만 70세 이상은 1년마다 시행한다. 버스 운전기사는 지난해 1월부터 자격유지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 탈락률은 1.5∼2% 수준이다.

자격유지검사는 90분 동안 7개 항목별로 1∼5등급을 매기고, 2개 항목 이상 5등급을 받으면 탈락 처리된다.

7개 항목은 △시야 범위를 측정하는 시야각 검사 △시각·운동 협응력을 측정하는 신호등 검사 △선택적 주의력을 측정하는 화살표 검사 △공간 판단력을 측정하는 도로 찾기 검사 △시각적 기억력을 측정하는 표지판 검사 △주의지속능력을 측정하는 추적 검사 △다중작업능력을 측정하는 복합기능검사 등이다. 이 검사에서 탈락하면 2주 뒤 재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그전에는 운전할 수 없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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