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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모녀는 '산성액 테러' 저지른 남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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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4 10:06:32 수정 : 2017-07-24 15: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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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아그라에 사는 지타 마후르(40)는 20여년전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를 친다. 당시 너무 어렸던 니투(26)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며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타의 남편 인더지트(60)는 23년 전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자고 있는 아내와 딸의 얼굴에 산성액을 끼얹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지타는 얼굴과 팔 등에 화상을 입었으며, 니투는 양쪽 눈이 실명하는 치명상을 입었다.

지타에게는 생후 18개월 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입원 중 병원균에 감염돼 퇴원 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타가 막내딸에게 해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입고 있던 옷가지에 시신을 싸서 갠지스 강에 띄우는 일뿐이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인더지트는 이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 끊임없이 미안하다고 했다. 퇴원 후, 지타는 1년 넘게 친정에서 머물렀는데, 나중에 가석방된 인더지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와 그를 만나려 했으나 지타는 고개조차 내밀어주지 않았다.

상황은 나빠졌다. 원래부터 집안 형편이 안 좋았던 지타의 어머니는 갑자기 찾아온 딸과 외손녀를 보살펴야 했고, 이들을 본 이웃들은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화를 냈다. 어려운 경제요건과 싸늘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지타는 딸을 데리고 자신에게 산성액을 끼얹은 가해자이자 남편인 인더지트 옆으로 돌아왔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州) 아그라에 사는 지타 마후르(40·사진 가운데)는 23년 전 어느날 잠자던 중, 술 취해 들어온 남편이 끼얹은 산성액에 얼굴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옆에서 자던 니투(26)는 사고로 양쪽 눈을 실명했다. 1년여간 친정으로 피했던 지타는 이웃의 차가운 시선과 기운 가정형편으로 엄마가 어려운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가해자이자 남편인 인더지트(60)에게 돌아와야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인더지트는 그날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며 “하지만 그들도 옷가지로 산성액을 흡수시켰으면 괜찮았을 텐데 물로 얼굴을 씻는 바람에 더 큰 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상처를 그들 탓으로 돌린 셈이다.

인더지트는 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자기가 저지른 짓 때문에 영영 딸이 시집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아내와는 잘 화해했다”며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딸을 낳고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과 더불어 몸 곳곳에 상처가 남았지만 니투는 아버지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버지를 용서했다”며 “엄마에게도 ‘왜 집으로 다시 돌아왔어?’라고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엄마가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니투는 생각했다.

산성액 테러 피해자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Stop Acid Attacks’의 도움으로 카페에서 일하게 된 니투는 지난 5월 시력 회복을 위한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시력을 3% 정도 향상시켰을 뿐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지타는 딸의 미래를 생각하며 밤마다 눈물을 흘린다. 지금은 자기가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지만 나중에 세상에 없을 때 니투가 홀로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어서다.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딸에게 ‘기적’이 언젠가 일어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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