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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직업군 자존감 회복이 1차 목표”

입력 : 2016-08-21 21:50:04 수정 : 2016-08-21 21: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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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대리협동조합 김종남 이사장 “교육이죠. 좋은 조합원, 좋은 대리기사가 되도록 하는 교육요.”

18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 건물 내 착한대리회관에서 만난 착한대리협동조합 김종남 이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대리운전기사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대리기사의 자존감을 북돋우는 교육”이라며 ‘교육’을 거듭 강조했다.

착한대리협동조합 김종남 이사장은 교육을 통해 대리기사 스스로 본인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상배 선임기자
착한대리협동조합에 3만원 이상 출자금을 내고 새 조합원으로 들어온 대리기사는 조합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교육과정을 무조건 이수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리기사는 대부분 패배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우리 조합이 가장 공들이는 게 이 문제예요. 당장 가시적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대리기사 스스로 본인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착한대리협동조합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조합원 교육을 4주 과정으로 운영한다. 교육을 이수한 대리기사는 ‘카-마스타’라는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가지고 활동한다. 운전뿐 아니라 차량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조합이 만든 직함이다.

김 이사장은 “대리기사 분들에게 조합 가입을 권유하면 ‘당장 혜택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이런 설명을 하면 코웃음 치는 분들도 많다”며 웃었다. 그러나 효과는 만점이다. 처음 5명으로 시작해 2014년 말 설립 신고한 착한대리협동조합은 현재 그 수가 1만6000여명에 달한다.

김 이사장은 한파가 한창이던 2014년 12월 조합 설립 신고를 마치자마자 현 사무총장인 허준환(60)씨와 함께 대리기사들이 많이 모이는 신논현역 부근을 새벽마다 찾아 직접 홍보했다. 김 이사장은 “대리기사끼리 자연스레 얼굴은 익어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경쟁하는 거니깐 항상 혼자라는 기분을 느낀다”며 “‘우리끼리 모여서 뭐라도 해보려 한다’는 우리 조합의 취지가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 자신도 대리기사다. 현재는 조합 상근직이어서 대리기사 일을 하지 않고 있지만 2010년부터 대리기사로 일했다.

“대리운전을 3년 정도 했어요. 그때 대리기사들의 애환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었죠. 대리기사는 ‘절대 을’이에요. 수수료를 떼거나 부당한 페널티를 매기는 콜센터, 술에 취한 고객 모두가 갑이잖아요. 여기에 대리기사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까지 대리기사들을 옭아매는 관계가 너무 많아요.”

김 이사장은 20여년 전에도 협동조합을 차린 적이 있다. 당시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국내 농업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유기농 농산물 생산·판매 촉진을 위한 협동조합을 꾸린 바 있다. 5년간 이 조합을 운영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신학교에 가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목회활동하면서 부업으로 시작한 게 바로 대리기사 일이었다.

김 이사장의 삶에 굴곡을 더하는 건 교도관 이력이다. 김 이사장은 교도관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5년가량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일한 김 이사장은 의사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아프리카로 홀연히 떠난 슈바이처의 전기를 읽고 교도관으로서의 이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 이사장의 꿈은 작게나마 대리기사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착한대리회관을 대리기사들의 쉼터로 개방하는 등 대리기사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복지를 통해서다.

올해 초 시작한 ‘쿱차’는 꾸준히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대리기사 셔틀버스를 합법적 틀 안에서 운영해보기 위한 착한대리협동조합의 야심찬 시도다. 일정 노선을 운행하면서 승객에게 요금을 받으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 되는 점을 고려해 협동조합기본법 안에서 조합원인 대리기사에게 요금을 받지 않고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오전 12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대리기사를 태우는 쿱차는 현재 40대가 운행 중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쿱차가 롤모델이 돼서 대리기사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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