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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유주씨는 문학과지성사 신인상으로 등단해 이제껏 출간한 4권의 소설도 전부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그 때문에 “문학과지성사가 가장 아끼는 젊은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
‘불가능한 동화’는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동화’다. 하지만 소설이 다루는 소재들은 ‘동화’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저자가 붙인 ‘불가능한 동화’라는 제목은 그래서 절묘하다.
몇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 따위는 없다. 일단 책장을 펼치면 그냥 끝까지 읽어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같은 반에 다니는 미아·인주·인중, 그리고 아무도 이름을 몰라 그냥 ‘아이’라고 불리는 네 어린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은 딱히 ‘사건’이라고 부를 게 없는 네 어린이의 평범한 일상과 의식의 흐름을 좇는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안고 있는 아픈 비밀이 차츰 드러나면서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소설은 중반쯤에 커다란 고비를 맞는다. ‘아이’가 담임선생님이 보관하던 자기 반 학생 35명의 일기장을 몽땅 훔친 것이다. 한 사람의 내면은 물론 은밀한 사생활까지 담고 있는 일기장을 빼앗는 행위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어린이 35명의 일기장에 나온 사연을 모아 버무리면 장편소설 한 권쯤 너끈히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악하고 싶은 소설가적 욕망을 일기장을 훔치는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일기장을 다 읽은 ‘아이’는 이제 자기 반의 누구보다 우위에 올라선다. ‘아이’는 부모의 복잡한 사생활 탓에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미아한테 접근한다. 마침 ‘아이’는 일기장을 누가 훔쳤는지 미아가 알고 있다고 의심하던 참이다. 두 어린이는 번갈아가며 서로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장난을 시작하고, 소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는데….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문장 대부분이 단문이라 읽는 속도는 빠르다. 여러 편의 시가 모여 소설이 된 것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한씨의 문장은 시적이다. 다음 구절은 시인지 산문인지 분간이 힘들다.
“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네가 뒤를 돌아보면,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사라진다. 무너진다. 사라지고 있다. 무너지고 있다.”
이로써 한씨는 앞서 출간한 단편소설집 ‘달로’(2006) ‘얼음의 책’(2009)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2011)를 비롯해 4권의 소설을 모두 한 출판사에서 펴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문학과지성사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젊은 소설가 한씨의 성장을 계속 지켜보는 것도 문학을 아끼는 독자들의 즐거움이리라.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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