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감사 결과를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내지만 국민은 이제 어지간한 공무원 범죄는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는다. ‘간 큰’ 공무원의 비리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수법도 대담해진 탓이다. 1994년 세금 25억5000만원을 횡령한 ‘부천 세도(稅盜)’ 사건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뒤 특감을 벌이는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세금 도둑질은 줄기는커녕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남 여수 8급 공무원이 세금 76억원을 빼돌린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횡령은 무분별한 개발 사업으로 날린 국민 혈세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2조2500억원을 들여 만든 경인아라뱃길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져나온다. 853억원짜리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4년째 방치되다 쓸모없는 고철덩어리로 변할 처지에 놓였다.
혈세를 도둑질하는 공금 횡령은 물론이거니와 혈세를 탕진하는 부실 개발사업이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나라 살림 규모가 커지면서 공무원이 주무르는 예산은 커지고 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지만 부실 사업을 저질러놓고도 책임지는 공무원 한 명 없다. ‘무책임한 공직사회’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치게 된다. 공무원에게 책임을 엄격히 묻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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