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4000억 매도액 중 74% 처분완료
외국인 매도 압력 크게 완화 전망
상승세인 각국 주요 증시와 달리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가 올 하반기에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까지 동참한 각국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공급 확대, 선진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이동, 신흥시장 주식 매수 재개 등이 국내 증시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우리나라 기업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던 뱅가드 펀드 한국 비중 축소 후폭풍도 소멸 시점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됐다.
우리나라 증시는 요즘에도 달러당 102엔대까지 올라선 엔화 약세 기조 속에 계속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 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도 생겨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증시의 긍정적인 3대 포인트로 정책대응 강화, 선진국 국채 금리 상승, 이머징 마켓 주식 매수 재개를 꼽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금리인하를 진행 중인 것이 세계 유동성 공급을 증가시켜 금융시장의 강세 기조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선진국 국채금리가 5월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유럽 재정 위기 등 리스크 요인이 안정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채권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 이동이 보다 본격화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신흥시장 주식 매수가 재개된 점도 긍정적 신호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주요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매는 4월 이후 뚜렷한 매수 우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뱅가드 펀드의 기준지표(벤치마크) 지수 변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거셌던 외국인 매도세가 잠잠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는 펀드 운용비용을 줄이고자 올해 1월부터 6개 신흥국 펀드의 기준지표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로 바꿨다. 이는 우리나라 증시에 큰 후폭풍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MSCI지수에서는 신흥국에 포함돼 있지만 FTSE에서는 선진국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뱅가드는 약 559억 달러 규모의 이머징 펀드에서 14.9% 정도를 차지하는 한국물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7월 초까지 9조4000억원의 자금을 빼낼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한국물 전체 매도금액 중 74.2% 정도를 뱅가드 펀드가 처분했다. 원·달러 환율을 1050원으로 계산하면 지금까지 뱅가드가 처분한 금액은 약 6조9373억원에 달할 정도다. 뱅가드 펀드의 한국 주식 비중 축소가 이처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도 잠잠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는 뱅가드의 비중 축소와 더불어 엔화 약세의 악재까지 겹쳐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거셌다.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월에 19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가 2월에는 150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3·4월에는 각각 1909억원어치, 2776억원어치를 다시 팔아치웠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뱅가드의 비중 축소 일정이 7월 초에 완료되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 압력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상반기 내내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외국인 매도 압력이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긍정적인 시장 상황 변화는 낙관적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등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드러나고 엔화 약세 속도는 둔화하는 한편 북한 리스크 등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던 악재 영향이 진정돼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오름세를 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하반기에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완화로 국내 주가가 상승세를 보여 코스피가 1900∼225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하고 뱅가드 수급 이슈나 원화 변동성, 북한 리스크 등 국내 주가를 발목 잡았던 요인의 영향이 누그러지면서 코스피가 하반기부터 우상향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NH농협증권도 최근 발표한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에서 주가가 2분기까지 진행된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 215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요인인 뱅가드 펀드 매물과 대북 전쟁 위험, 선진국 중심으로의 자금유입 집중 등이 하반기에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증권도 올해 경기 모멘텀이 하반기에 더 강할 것이라면서 코스피가 상저하고의 양상을 보일 것이므로 하반기를 겨냥한 저점 매수에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동부증권은 “글로벌 경제지표 둔화가 2분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이에 대응해 각국이 긴축정책을 완화하거나 경기부양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름 이후엔 글로벌 경제가 회복경로로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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