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 사명감을 내비친 것에 시비를 걸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공약 이행을 위해 내달리기에 앞서 생각해 볼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35조원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수월한지, 또 그것이 국가정책 우선순위상 타당한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두 마리 토끼가 정반대 방향으로 뛰쳐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토끼를 잡으려면 경제 활력을 살리는 지혜와 통찰력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경기가 살아나야 세수가 늘고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도 용이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방향 감각은 좋다. 정부는 53조원을 세입 확충으로, 82조원을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다지만 쥐어짜기 일변도의 청사진은 실행력에서 의문의 여지가 많다. 설혹 실행이 가능해도 경제 활력에 큰 상처를 내기 십상이다. 성장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조세저항을 각오하고 세제를 손보지 않는 이상 재정 수입은 경제성장률에 따라 널뛰게 마련이다. 1분기 국세는 작년 동기보다 8조원가량 덜 걷혔다. 경제가 죽을 쑨 결과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아무리 세금을 쥐어짜도 복지 곳간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상 명목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세수는 2조원 가까이 더 확보된다고 한다. 경제 활력만 잘 살릴 수 있다면 큰 무리를 하지 않고도 정책 목표를 달성할 자금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경기가 바닥을 기면 백약이 무효가 되고 만다. 어느 길로 가야 복지공약 이행과 국가채무 관리의 병행 추진이 가능할지는 자명하다. 신중히 길을 가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진로를 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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