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 도둑을 피해 절벽으로 몸을 날린 어부의 아내가 동백꽃으로 돌아와 깜깜한 밤 작은 섬을 밝히고 있다/ 돌아와 빈 섬에 홀로 남을 지아비를 위해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붉은 등불꽃 밝히고 있다.”(‘울음꽃’ 중에서)
“해를 좇아서 간 돌산도의 흙은 이미 붉다.// 붉은 길 더듬어 정교한 오후의 우두, 평사, 신복, 붉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향하는 바다/ 어쩌면 처음부터 해는 저편의 꿈/ 바다와 내가 함께 붉어지는 시간이다.”(‘붉다’ 중에서)
보통 바다 하면 푸른색을 떠올리는데 시인에게 바다는 붉은색으로 더 각인된 듯하다. 뱃사람 남편을 뜨겁게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 저녁 무렵 백사장부터 수평선까지 온통 물들인 노을…. 생각해보니 바다는 붉은색이 맞다. 앞으로 바다를 볼 때마다 시인의 붓끝이 망막을 간지럽힐 것만 같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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