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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기의 한·일 관계 미래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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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평화·공존 위해 협력 필요
일본이 결자해지 자세 보여야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은 국가지도자의 당연한 권리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에게도, 또 ‘다케시마’라는 억지주장을 통해 영토분쟁의 한 발을 계속 걸어놓고 있는 일본에도 큰 충격이었다. 사실 독도는 우리에게 너무도 정당한 주장이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문제 제기가 한·일 관계를 더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암묵적인 동의가 존재하는 영역이었다. 그러한 동의가 때로는 ‘조용한 외교’로 표현됐고, 때로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말자’는 다짐이었으며, 또 때로는 ‘역사적, 실효적, 국제법적 지배’라는 논리의 재생산이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그런데 이번 이 대통령 방문의 수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암묵적 동의를 깼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독도 문제에 관한 한 한·일 관계가 새 국면에 진입했다는 설명이 정확할 것 같다. 독도 방문에 이어 이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이 인류보편적인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로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 반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 보편적인 인권을 준수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지난 15일 일본 각료 2명은 대리인 40명을 포함한 의원단 50여명과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는 2009년 민주당 정권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의 대외정책이 최근 들어 더욱 우경화의 길을 걷는 데에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경제상황, 후쿠시마 사태로 인한 국민적 충격, 새로운 정당의 출현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불안, 노다 내각의 지지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 마디로 일본은 대외관계에서 점점 관대함과 여유를 잃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여러 정황상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이 취하는 일련의 정책을 직시하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평화를 확보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는 전근대, 근대, 탈근대적 성격의 이슈가 공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일 관계는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식민시대를 포함해 전근대적 시점에서 유래한 문제, 일본을 상대해야 할 미래 통일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 그리고 국가단위를 넘어 동북아적 정체성과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탈근대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일 간에는 장애와 이익이 딜레마적으로 교차하고 있는데 장애에 해당하는 사안 때문에 이익을 포기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결국 지금의 한·일 외교관계의 냉각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럴 때 국민정서가 냉정함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이 추구해야 할 공동의 이익은 너무도 크며 평화롭고 번영된 동북아를 위해 한·일 간 협력관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이웃한 나라끼리 서로 사이가 불편한 사례는 많이 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생뚱맞게 들릴 수 있지만 2005년 30억달러에서 시작한 한·일 간 통화스와프(교환)는 현재 700억달러 규모로 증대했다. 통상 통화스와프는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 알려져 있는데 10월 말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관계로 계약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이 독도 문제로 우리를 끊임없이 성가시게 하지만 그렇다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일 FTA 협상을 그르칠 수는 없다. 일본에 결자해지의 자세를 촉구하면서 국가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노력과 국가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노력이 서로 병행할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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