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14일엔 일왕(日王)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일왕을 향해 직접적인 표현으로 사과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에는 국회의장단과 만나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연일 일본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엔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자발적 사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 초부터 줄곧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본이 보조를 맞추기는커녕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시하는 등 도발행위를 멈추지 않자 대일 외교 기조를 유화책에서 강경책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일왕 방한 문제만 놓고 봐도 이 대통령은 2009년 “방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 이게 중요하다”고 했을 뿐 일왕의 사과를 방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에 대한 실망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노다 총리는 국내 극우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은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임기 내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다시 한번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일본군 성노예(위안부)·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론적 언급과 독도 방문 배경에 대한 설명만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경축사에서 일본 정부를 자극하면 외교적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앞으로 한·일 관계 급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임기 말 이명박 정부의 대일 외교기조 변경을 놓고 “냉온탕을 오간 이명박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은 차기 정부의 대일 외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비판도 적잖다.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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