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코스만 밟은 실력자
39년 전 서울 어디쯤에서 태어난 직후 거리에 버려졌던 불우한 아이. 행인에게 발견돼 고아원으로 옮겨졌으나 6개월 만에 고국도 잃어야 했다. 머나먼 타국 프랑스로 입양된 것이다. 그렇게 한 많은 인생으로 출발한 아이가 이제 이름 ‘플뢰르’(프랑스어로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중소기업·디지털경제 장관으로 입각한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39세).
한국 출신 입양아가 선진국에서 장관이 된 것은 처음이다. 펠르랭은 프랑스 언론에 의해 ‘차기 정치인 7명’에 선정될 정도로 향후 정치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서울에서 1973년 8월29일 태어난 김종숙의 삶은 1974년 2월 지구 반대편 나라인 프랑스에 도착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태어난 나라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어 떠났지만 프랑스 양부모는 큰 사랑으로 따뜻하게 맞아줬다. 양아버지는 원자물리학을 연구하는 연구원 겸 작가였고 양어머니는 가정주부였다. 양부모는 원래 있던 두 아들이 유전적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찾아온 동양인 아기에게 플뢰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이때부터 김종숙은 플뢰르 펠르랭으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김종숙은 양부모가 출생국을 잊지 않도록 배려해 서류상에만 남아있는 이름이 됐다.
2002년 당시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연설문 작성팀 일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0년에는 당적을 초월한 프랑스 여성 엘리트 정치인 모임인 ‘21세기 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도 졸업해 프랑스 최고 엘리트 코스는 모두 밟았다.
펠르랭은 사회당에서 문화·방송·디지털 경제 전문가로 활약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자 언론은 그의 입각을 점치는 기사를 내보냈다. 주간지 ‘르 피가로 매거진’은 펠르랭이 ‘가장 날카로운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혈연적 조국인 한국의 기억을 별로 갖고 있지 않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출생국이라서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경우는 없다”며 “한국 부모를 찾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장관 업무상 한국의 초고속 통신망과 디지털 경제 시스템, 기술혁신 등에 대한 재정 지원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조각에서 34명의 장관 가운데 정확히 50%인 17명을 여성으로 기용했다. 이는 대선 공약이었다. 전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첫 내각에서는 여성이 7명이었다. 그러나 수적으로 남녀평등을 이뤘지만 업무 중심은 여전히 남성 장관이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FP통신은 “남녀 동수 장관으로 짜여진 내각은 프랑스 최초이지만 선임장관 자리는 남성 몫이었다”고 지적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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