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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책과 마음을 주고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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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년 전 방콕에서 살 때였다. 3년 기한으로 떠난 낯선 나라에서 남편 출근하고 두 아이는 새벽같이 스쿨버스 타고 학교가고 나면, 덩그러니 남은 하루를 오직 나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덕분에 늘 모자라 허덕였던 책 읽을 시간은 넉넉했지만, 정작 읽을 책이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한국 친구에게 부탁하고 해서 그럭저럭 300권 남짓한 책이 모여졌다. 그 책들을 벽 한 켠에 나란히 꽂아 놓으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강인숙 ‘좋은 책 만들기’ 대표
매일 그 책들과 씨름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었다. 며칠을 따분하게 보내며 궁리해 봤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이미 읽고 꽂아둔 책들을 다시 한 권 한 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약 1년 만에 다시 집어든 셈인데, 놀랍게도 마치 처음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들이 많았다. 또렷이 기억나는 문장들이 있으니 읽은 건 분명한데, 어느 구절은 굉장히 낯설었고, 또 책 속 등장인물이나 주변상황에 대해서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놓쳐 버린 부분들이 꽤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영화를 다시 보게 될 때도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와 흡사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주고받는 데에는 정보층, 의견층, 정서층의 접근이 있다고 한다. 정보층은 말 그대로 서로 필요한 정보만을 주고받는 표피적인 만남이다. 의견층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주고받는 만남이고, 정서층은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까지도 거리낌없이 내보일 수 있는 만남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구하고든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친밀한 사이가 되려면 우선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한 번 읽고 내팽개쳐둘 것이 아니라, 틈틈이 여유가 있을 때마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어야 작가가 그 갈피갈피에 담아둔 마음의 목소리를 빠뜨리지 않고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물며 한 번의 책읽기에도 게으름 피우거나 인색하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게 될까. 다들 피서 떠나는 휴가철이지만 올여름엔 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다시 펼쳐들고 책과 마음을 주고받는 행복한 만남을 가져보자.

강인숙 ‘좋은 책 만들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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