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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최고참 후인정 "서른여섯, 못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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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옹(翁)이라 불러도 신경 쓰지 않아요. 서른여섯이라고 못할 건 없잖아요."

프로배구 현역 최고참 선수 후인정(35.현대캐피탈).

1996년 현대자동차써비스 배구단에 입단해 1996-1997 슈퍼리그부터 뛰었으니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몇 년 더 겨울 코트에서 세월을 보냈다.

프로 출범 이전에는 같은 포지션(라이트)이던 월드스타 김세진(전 삼성화재)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 대접을 받았다.

2005년 기다리던 프로 원년 정규리그 MVP와 공격상을 차지했고 2005-2006,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이 두 해 연속 챔피언이 됐을 때 배구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환희를 맛봤다.

하지만 '스커드 미사일'로 불리던 전성기는 스치듯 지나갔고 어느새 노장 소리를 듣더니 이제 최고령 선수가 됐다.

수직 점프를 반복하는 배구 선수는 은퇴가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이른 편이다.

후인정은 현 소속팀 14년차로 지난달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레프트 김대경(22), 센터 한상길(22)과 열세 살 차이가 난다.

후인정은 "후배들이 날 어려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스스럼없이 대하려고 장난도 치고 그런다. 프로는 자기가 하는 만큼 대접받는다. 괜히 권위만 내세우는 건 정말 싫어한다"고 말했다.

후인정이 처음 현대 배구단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하종화, 마낙길 등 쟁쟁한 스타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그 틈바구니에서 첫해부터 출전했으니 자질은 출중했던 셈이다.

하지만 세월에 당할 장사는 없다고 요즘에는 경기 출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이른바 '닭장'이라 불리는 교체선수 대기 구역에 머물면서 박수 치고 파이팅 외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1일 개막한 2009-2010시즌에도 9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하기는 했지만 득점은 43점에 불과하다. 경기당 평균 4.78점.

후인정은 "경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출전 기회가 적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불만은 없다. 내가 교체 투입돼서 게임을 뒤집고 이기면 더 의미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일 천안 홈 코트에서 열린 약체 신협상무와 경기가 딱 그랬다.

어이없이 실책을 연발한 탓에 상무에 12-17로 끌려가던 2세트 중반 후인정은 외국인 선수 매튜 앤더슨 대신 투입됐다.

16-19로 따라붙는 오픈, 20-21로 바짝 뒤쫓는 시간차, 21-21 동점을 만든 오픈 스파이크를 잇달아 꽂아넣었고 23-21로 사실상 세트를 따오게 만든 블로킹을 성공했다.

이날 9점을 뽑은 후인정은 '높이의 팀' 현대캐피탈의 팀 통산 2천호(역대 첫 번째) 블로킹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냈다.

현대캐피탈의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은 점을 의식한 듯 시즌 내내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할 것 같다며 걱정하는 후인정에게 '개인 목표'를 물어봤지만 돌아온 답은 역시 '현대캐피탈의 우승'이었다.

"그것 말고 목표야 전 구단 선수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요. 부상당하지 않고 좋은 경기 펼치는 게 우선이죠."

언제 은퇴할지를 묻자 대뜸 "정해놓은 건 없다"라고 답한 후인정은 "글쎄...기회가 된다면 될 때까지 뛰겠다. 은퇴하고 나면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해볼 요량"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주포 박철우가 이번 시즌 개막 이전 대표팀에서 구타 파문에 휩싸여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을 것이라고 하자 "지금까지 담아두고 있을 철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무까지 7개 구단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후배인 최고참답게 '털어버릴 것은 빨리 털어버리라'고 조언했던 모양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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