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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최첨단 F-22 랩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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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각기 그 쓰임새가 다르다. 그만큼 효능도 달라진다. 초원에서는 사자가, 산악에서는 호랑이가 우세하다. 첨단 디지털과 재래식 아날로그도 어느 일방적 우위는 없다. 고급 승용차로 생생 달리는 것도 멋있지만 흙길을 음미하며 걷는 것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다. 소주 한 잔도 만날 머물던 집이냐 확트인 바닷가냐에 따라 맛의 차이는 크다. 공간과 시간이 변수다.

미국 공군의 최첨단 전투기 F-22 랩터도 그 패러다임에서 예외가 아니다. 세계 최강인데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투에선 맥도 못췄다. 출격 횟수가 거의 제로다. 험준한 산악과 게릴라전 탓이다. 바위와 숲을 이용해 대공포와 견착 미사일을 쏘아대는 소수의 탈레반과 자폭을 밥먹듯 하는 알카에다 도시게릴라들에게 F-22는 쓸모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글로벌호크 등 무인정찰기와 프레대터 등이 그 자리를 메웠으니 1700억원짜리 F-22는 고철덩어리였던 셈이다.

2005년 6월 미 F-117스텔스 전폭기 15대가 북한 영공 깊숙이 들어가 평양을 긴장시킨 일이 있다. 이제 그 역할을 F-22가 맡았다고 한다. 그 같은 임무야 능히 소화해 내겠지만 한반도 북쪽에서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때 어떨지는 알 수가 없다. 아프간만큼 험지는 아니라도 북한 땅은 대부분 산악지형이다. 현 정부가 지난해부터 F-22에 보내는 추파를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F-15K로도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워게임에서 백전백승을 기록한 F-22도 결코 만능은 아니다. 첨단, 첨단 하지만 공간적 제약 앞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신토불이처럼 그 땅, 그 인간에게 맞는 것이 최상이다. 우리 인삼을 미국에 심으면 무만큼 커지지만 사포닌 등 약성은 현격히 줄어든다. 크다고, 첨단이라고 늘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첨단’ ‘디지털’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닌다. 일각에선 ‘복고(復古)와 슬로, 재래식’을 호소하지만 ‘첨단병’은 유행병이 돼버렸다. 전자제품, 자동차, 의료기기, 대형마트 등등 첨단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 않으려 한다. 첨단병이 도질 땐 F-22를 떠올렸으면 한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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