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들, 너도나도 임신연기 = 한 포털의 임산부 모임 카페에서는 신종플루로 계획했던 임신을 대유행 이후인 내년 하반기로 미루겠다는 게시글들이 쏟아졌다.
임신을 계획했던 한 여성(아이디 '희망으로')은 "유산을 두번이나 해서 이번에 임신하면 잘 유지해야 한다"며 "10월에 시험관 아기를 할 계획이었지만 미뤄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도 "9개월 된 아이 엄마인데 둘째 미뤄야 하나 생각하던 중에 임신했다"며 "둘째가 생겨서 축복받아야 하는데 기쁘지가 않고 기분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혼여성도 첫째 아이가 3살인데 임신을 미루면 둘째 아이와의 터울이 커질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임산부들의 불안은 더 컸다.
한 임산부(아이디 '한스')는 "백신 나오기 전에 신종플루에 걸릴까봐 다디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희한의대 이태우 교수는 "사회적으로 만연된 공포 때문에 임신을 계획한 부부들이 신종플루 때문에 계획을 연기해야 할 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임산 기피할 필요 없어" =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 대책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임산부는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다"며 "신종플루에 걸린 임산부가 감염율이나 치사율이 높다던지 유산율이 높아진다는 공식통계가 나온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의 보건당국도 공식적으로 신종플루 대유행에 대비해 임신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린 적은 없다.
지난 7월에는 영국에서 신종플루 환자인 30대 여성이 아이를 조산한 뒤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자 'NCT'라는 영국의 자선단체가 여성들에게 대유행 이후로 임신을 미루라는 지침을 밝혔다 근거없는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자 철회하기도 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임산부는 태아를 거부하지 않을 정도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점을 감안해 고위험군에 속한다"면서도 "신종플루가 임신이라는 인생에서의 중요한 계획을 미룰 만큼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임신을 자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계가 지난 60년간 전세계적으로 계절독감에 대응해 온 만큼 신종플루라고 해서 항바이러스제 투여, 백신 처방과 관련해 임산부나 태아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고열 등 관련증상이 나타날 때는 즉시 의료기관을 찾고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의 지시를 따르고 예방접종을 하게 될 경우 접종 직후에 임신을 해도 건강상의 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도 "의료진인 임산부가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진료에 제외시키는 것 외에 일반 직장여성이 업무 등 사회활동을 제한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대유행이 와도 임신 자제나 임산부의 사회활동을 제한하도록 지침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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