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발표한 ‘주거환경 개선 정책’은 지난 40여년간 민간에 맡겼던 주거 정비 사업을 공공 부문이 주도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동안 조합과 사업추진위원회 위주이던 주거 정비 사업을 구청과 SH공사, 주택공사 등 공공관리자가 개입해 감독하면 공사비가 절감되고 사업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시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합원 660명에 1230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A단지는 사업비가 19% 절감돼 99㎡(30평) 아파트 분담금이 1억원 이상 낮아지고 공사기간도 1∼2년 단축된다. 조합원 1250명에 1600가구 규모의 B단지는 가구당 7000만원이 절약된다.
김효수 시 주택국장은 “구청과 공사의 관리 하에 공개경쟁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면 예비비와 공사비가 크게 줄 것”이라며 “건설사 등에서 차입하던 대여금을 공공기금 융자로 바꾸면 이자 부담도 경감된다”고 설명했다. 시는 도시정비 기금 및 재정비 촉진 특별회계 기금으로 공공 관리자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세입자 대책비, 조합원 이주비를 조합에 저리 융자해 줄 계획이다.
세입자 보호가 강화된 것도 이번 대책의 특징이다. 시는 세입자들을 위해 휴업보상금 지급 기준을 현행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고 다른 지역 이주 때 영업권 확보가 곤란한 업종에는 휴업보상금 산정과정에 가중치를 부여하기로 했다.
시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18개 조항의 법률 개정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9개 조항도 연내에 개정해 내년부터 공공관리자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주거 정비사업 이익이 많이 줄어드는 건설업계가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여 법제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주택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 의해서도 비리를 막을 수 있는데 공공기관이 또 개입하는 것은 옥상옥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업 추진위원회·조합과 관의 유착을 불러와 오히려 비리가 싹틀 여지가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거정비사업을 감시할 공무원과 공사 직원들이 조합, 시공사, 정비업체 등과 결탁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관리자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비리를 차단할 감시체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환기 기자 kg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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