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간은 왜, 어떻게 글을 읽게 됐나

입력 :

인쇄 메일 url 공유 - +

'책 읽는 뇌' 출간 과제로 읽어야 하는 책이나 보고서를 눈으로는 읽고 있는데 머리로는 전혀 읽고 있지 않을 때가 있다. 눈으로 받아들인 정보가 뇌에 의미있는 내용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어찌 된 일일까?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난독증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어느 한 분야, 또는 여러 분야에서 천재적인 창의성을 인정받은 이들이 어째서 비교적 단순한 일인 독서에 어려움을 겪은 것일까?

'책 읽는 뇌'(살림 펴냄)는 미국 터프츠대 아동발달학과 교수이자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가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준비한 책이다.

5천년 독서의 역사를 살펴보는 이 책의 기본 전제이자 저자가 끈질기게 근거를 제시하며 펼치는 궁극적인 주장은 "애초에 인간의 뇌는 독서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문자를 읽고 그 안에 얽힌 상징을 이해하는 행위에는 뇌 회로의 연결이 필요하다. 인류가 서서히 문자를 발명하고 발전시키는 와중에 인간의 뇌는 기존 회로를 재편성해 문자를 인지하고 해독하는 쪽으로 바뀌어 왔다.

뜻을 가진 단어와 뜻이 없는 가짜 단어를 놓고 뇌의 변화를 관찰하면, 뚜렷하게 다른 반응을 볼 수 있다. 가짜 단어를 보면 뇌의 시각연합 부위게 별다른 활동이 나타나지 않는 반면, 진짜 단어를 보면 '벌집을 쑤셔놓은 듯' 분주한 활동이 일어난다.

문자의 종류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뇌가 독서에 맞춰 진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표의음절문자에 속하는 고대 수메르어를 읽는 사람의 뇌와 중국어를 읽는 사람의 뇌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문자를 배우고 읽어온 사람들은 물체 인지에 사용되는 후두와 측두의 주요 부위와 좌뇌, 우뇌에 있는 시각영역이 넓게 활성화한다.

그에 반해, 책에서 "혜안을 가진 통치자 세종대왕이 창제한 완벽한 문자체계"로 소개된 한글이나 알파벳과 같은 음소문자를 쓰는 사람들은 뇌의 측두인 두정부 주변이 특히 활성화한다.

난독증은 뇌가 독서에 적합한 회로를 타고나지 않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뇌 조직상 구조적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독서에는 적합하지 않더라도 예술, 지형 인지, 건축 등 다른 분야에 필수적인 부분이 발달한 천재들이 글을 읽지 못하면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뇌의 조직과 구조가 독서에 맞게 변화해 온 인류의 역사를 경이로움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문자를 무조건 예찬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구전문화가 문자문화로 바뀌어 나가던 시대를 살았던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문자 문화에 뒤따르는 부작용을 짚어낸다.

기원전 5세기에서 기원전 4세기 사이, 소크라테스는 통제되지 않은 문자 언어의 확산을 비판했다. 쌍방향 대화를 통한 지식의 고양을 높이샀던 소크라테스에게 문자는 대화를 차단하고 지식 암기의 가치를 훼손하는 훼방꾼이었던 것이다.

2천500년이 지난 현대사회에서도 거의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학부모들은 자녀가 컴퓨터 게임과 디지털 영상의 세계에 빠져 문자를 도외시할까 염려한다.

그러나 저자는 디지털을 피하려고 무조건 책을 떠안기는 '기능적인 독서'는 필요없다면서 이분법적인 사고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독서가 인간의 뇌를 재편성한 것처럼 정보기술의 발달은 뇌를 또 다른 방식으로 재편성하겠지만, 이는 한쪽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 발달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한쪽에 한정되지 않은 '초월적 사고'를 하게 한 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뇌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이기 때문이다.

이희수 옮김. 378쪽. 1만4천원.

<연합>

오피니언

포토

신민아, 보석보다 빛나는 비주얼
  • 신민아, 보석보다 빛나는 비주얼
  • 설현, 청춘 만화 속 비주얼…잘록 허리에 완벽 몸매
  • 권은비, 비키니 입고 뽐낸 섹시미…워터밤 여신다운 아찔 볼륨감·뒤태
  • 장원영, 민소매 입고 늘씬 몸매 자랑…'먹방' 삼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