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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바다… 돌… 제주의 '생명'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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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미술관 개관기념전 11국 작가 36명 참가한 ‘숨비소리’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제주도립미술관이 지난 26일 개관했다. 제주공항에서 한라산 쪽으로 차로 15∼20분가량 걸리는 곳에 자리 잡은 미술관은 물과 산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속에 현대적 건축물이 조화를 이뤄냈다. 건물 앞에는 넓은 수면공간이 펼쳐져 마치 물에 떠 있는 듯 신비롭고 아름답다.

현재 미술관은 풍부한 상차림을 차려놓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9월30일까지 열리는 개관기념전 ‘환태평양의 눈’은 모두 네 개의 전시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제전인 ‘숨비소리’다. ‘숨비소리’란 제주 해녀들이 물질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수면 밖으로 나오며 내뱉는 소리를 일컫는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내뱉는 호흡, 즉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소리다. 전시는 물, 빛, 바람, 생명 등의 키워드와 접점을 이루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 바람의 예술가 테오 얀센, 죽음의 본성을 찾는 빌 비올라, 그리고 톰 윌킨슨과 매튜 스톤 등 세계적 작가를 포함한 11개국의 36명의 작가들이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채로운 작품이 소개된다.

‘준 비엔날레’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 이 전시는 방을 돌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꾸며졌다. 개관전시 큐레이터 김진섭씨는 “작가들에게 주제를 전달한 게 아니라 물, 빛, 바람 등의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들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김주연 ‘Metamorphosis’. 3.8t 분량의 신문더미에서 새싹이 자라나는 작품.
제주 출신 작가인 부지현씨는 제주 바다에서 빛을 발하는 오징어잡이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징어배의 집어등을 모아 그 위에 푸른빛, 노란빛의 조명을 비춰 밤바다 풍경을 재현했다. 김순임씨는 전시장 입구에 제주 돌멩이와 솜뭉치 수백개를 천장에 매달아 제주도 지도 모양을 만들었다. 독일 작가 베른트 할브헤르의 ‘분화구’는 제주 성산봉 분화구의 사진을 이어붙여 둥근 공으로 만든 작품이다.

김기철씨의 ‘소리보기_비’는 빗소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천장에 가늘게 매달린 투명한 낚싯줄 끝에는 작은 스피커들이 매달려 빗소리를 낸다. 작가는 “종묘의 빗소리를 녹음했다”며 “소리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배경씨는 관람객과 소통하는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제주 산의 영상이 펼쳐진 작은 방에 들어가면 관람객 신체가 제주 바닷물로 채워져 영상에 드러난다.

최우람씨는 기계생명체 ‘우르바너스’ 시리즈를 선보였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곤충을 닮은 조각품들은 천장에 매달려 일정한 시간을 주기로 움직이며 빛을 낸다. 최씨는 각 기계생명체에 암컷, 수컷, 새끼 등의 정체성을 부여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김주연씨는 3.8t 분량의 신문을 쌓은 뒤 그 사이사이에 식물 씨앗을 심었다. 신문 틈새에 자리한 씨앗은 발아해 계속 자라나 나중에 신문 더미는 초록빛 잎으로 뒤덮이게 된다.

전가영씨는 한지와 거울, LED를 이용해 신비롭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었다. 바닥에 설치된 한지 조각들은 바다 물결을 나타낸다. LED 조명이 아래에서 여러 색깔로 비추면서 출렁이는 바다 물결처럼 보이게 했다.

일본 작가 오니시 야수아키는 어두운 방에 거대한 투명비닐을 설치했다. 형광색 점점이가 빛나는 방은 마치 우주처럼 보인다. 여기에 두 개로 이뤄진 비닐은 번갈아가며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해 들숨과 날숨을 표현했다.

아직까지 전통적 예술이 강한 제주에서 제주도립미술관은 최신 현대미술을 손색없이 보여줬지만 미술관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관장은 물론 학예실도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미술관의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김영호 중앙대 교수를 총감독으로 내세운 개관전시팀이 맡았다. 064)710-4261

제주=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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