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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뚜렷한 남도 토종소나무 선비의 꼿꼿함·기품이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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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화가’ 이강일씨 2년만의 서울 개인전
◇격렬하고 힘 있는 붓터치를 보여주고 있는 이강일씨는 “그림 그릴 때는 굉장히 열정적이 된다”면서 “속에서 끓는 열정과 힘이 그림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나무’(판넬위에 아크릴릭)
“소나무처럼 이렇게 기품 있고 자존심 있는 나무가 있을까요. 옛 선비들이 왜 소나무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열정적으로 소나무를 그리면서 소나무를 닮자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힘 있고 열정적인 붓터치로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 이강일(52)씨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25∼30일 13번째 개인전을 연다. 초록빛의 소나무와 붉은색 흙은 보색을 이루며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남도의 황토를 상징하는 붉은색은 실제 황토와 안료를 섞어서 그린 것이다.

대불대학교 조형문화과 교수인 그는 목포로 내려간 지 11년이 됐다. 이전에 서울에서 17년간 지낼 때는 서울에 있는 소나무를 그렸다. 그는 “서울에 있는 소나무는 우리 토종 소나무가 아닌 미국 등서 들여온 외래 소나무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향 근처인 목포에 내려가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남도에는 토종 소나무인 해송이 많았다.

“어렸을 땐 주변에 너무 많아서 지겨웠던 남도 소나무의 본 모습이 그제야 보이더군요. 서울의 소나무 빛은 탁하지만, 남도의 소나무는 가지가 붉고 잎 색깔도 다릅니다. 선비처럼 꼿꼿하고 기품 있고요. 목표 주변의 해송은 선이 굵기 때문에 잔가지가 많은 육송에 비해 개성이 뚜렷해 마음에 꼭 듭니다.”

소나무는 아무렇게 흐트러진 것 같지만 일정한 법칙에 의해 정돈돼 나타난다. 또 뚜렷한 개성과 특징이 있는 나무다. 그래서 누구나 소나무를 그리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리기 쉽지만, 제대로 그리기는 어려운 것이 또한 소나무다.

“예전엔 소나무 그릴 때에는 리얼리티를 추구했어요. 현실적인 소나무, 즉 소나무의 외형적 법칙성을 찾아 그렸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엔 관념적이 돼 가는 것 같습니다. 현실 이면에 관념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 거죠.”

2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에서는 여전한 그의 힘 있는 붓터치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십장생 등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이미지도 처음 나타났다. ‘십장생 소나무’라는 작품에는 가운데 소나무를 주인공으로 해, 구름, 사슴, 바위 등이 배치돼 있다. 그는 십장생에 대해서 “이는 관념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현실의 세계이기도 하다”면서 “가만히 보니 남도 풍경이 곧 십장생 풍경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도 풍경 속 소나무, 즉 십장생 속 소나무를 그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곳은 지난 번에 이어 인사동 토포하우스다. 그는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와의 ‘소중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11년 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작업실이 불타 제 모든 작품이 한순간에 다 없어져 버렸어요. 저는 다작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스케치까지 포함하면 1000여점이 불타 없어진 거예요. 제 40대 이전 작품은 다 사라진 거죠. 그때 작품들이 전부 없어진 줄 알았는데, 2년 전 오현금 대표가 당시 작품 5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품은 별거 아니지만 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죠.”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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