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사안은 변명만… 브리핑도 대충대충
청와대 A수석은 최근 기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는 전화 취재에 거의 응하지 않는 터라,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용산 재개발구역 참사 수습은 끝난 것이냐’, ‘실직자가 늘면 거리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물음엔 “다른 얘기 하자”며 화제를 돌리거나 “광화문에 조용한 날이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자신에 대한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는 적극적이었다.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으로 1시간30분가량을 때운 셈이다.
정치 담당 B비서관은 대변인단만큼 기자가 가장 많이 접촉해야 할 대상이다.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국 현안이 빈발하고, 대결적 여야 관계가 지속돼 청와대의 정무적 대응 기조를 늘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B비서관은 전화조차 안 받기로 유명하다. 그와 어쩌다 통화가 되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부터 한다. 아예 그것조차 한 달 가까이 못하는 기자도 꽤 있다. “직무 유기 아니냐”는 원성이 나올 지경이다.
이명박정부의 청와대는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통’이 어려운 곳이다. 출입기자는 비서동과 멀찍이 떨어진 춘추관에 ‘갇힌’ 채 일일 정례 브리핑만 기다리는 신세다. “독서실(춘추관)을 오가는 학생 같다”는 자조는 체념으로 바뀐 지 오래다. 비서동 개방은커녕 주요 비서진과의 전화 접촉도 여의치 않은 청와대의 ‘프레스 프렌들리’는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영 기대 이하다. 정례 브리핑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성과는 열 올려 홍보하고, 불리한 사안은 최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게 고질화되고 있다. ‘청와대 이메일 홍보지침’ 사건은 비근한 예다.
‘왕수석’ 역할이 점쳐지는 C수석은 지난주 기자들과의 상견례에서 “언론 의견을 가장 우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며칠 후 이 대통령이 신문이 나오지 않는 28일(토요일) 출입기자들과 산행하는 일정이 잡혀 일방 통보됐다. 이 계획은 우여곡절 끝에 연기됐지만, C수석의 발언은 미덥지 않게 됐다. D수석은 비교적 전화를 잘 받지만, 도리어 기자들이 피하는 편이다. 내부의 주된 기류와는 다른 ‘주장’을 전하거나, 이미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다”고 반응하기 일쑤다. “영양가 없다”는 게 중평이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소통 문제’는 비서진보다는 이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26일 “언론이 절실하지 않은 이 대통령으로선 ‘프레스 프렌들리’가 마음에 크게 닿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한 보안주의와 비밀스러운 인사 스타일 등도 소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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