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감원 쓰나미’가 지구촌 곳곳을 휩쓸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 기업은 본격적인 감량 경영에 나서고 있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면서 파업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생계형 범죄와 노숙인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는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대량 실업사태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주 2건의 일가족 살해·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 2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실직 가장이 부인과 자녀 5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28일에도 오하이오주 화이트홀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자살 사건은 모두 불황과 실업에 따른 고통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 노동부는 현재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미국 내 실업자 수가 478만명에 달한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미 정부가 고용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실업자까지 합치면 미국의 실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 실업률은 더욱 치솟아 10%선을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일본도 최근 소니와 도요타자동차 등 대기업이 잇따라 감원에 나서면서 실업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3.9%에서 12월 4.4%로 상승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사태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일본 노동시장은 고이즈미 정권 시절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된 결과,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이 비정규직화된 상태다. 이들은 고용위기를 맞아 가장 먼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올 3월까지 총 40만명의 비정규직이 일터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주요 공원과 지하철역에는 노숙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런 고용 사정 때문이다.
도쿄도와 일본 8개 대도시에 마련된 노숙인 임시숙박시설과 자립지원시설 30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한해 전보다 15%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 업체가 밀집한 나고야에서는 노숙인 입소자가 86%나 늘어났다. 도쿄도에서도 33% 증가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는 고용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저항이 시작되면서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등 8개 노조 100여만명이 고용안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007년 5월 취임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
프랑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실업률은 7.5%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 노동자들의 분노는 프랑스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독일은 지난달 29일 올 1월 실업률이 8.3%, 실업자수도 작년 12월보다 38만7000명 증가한 350만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최근 작년 9∼11월 영국의 실업자수가 192만명(6.1%)에 달해 1997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정권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춘제(설) 연휴가 끝난 중국에서는 ‘2월 위기설’이 떠돌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연안 도시지역의 공장 도산이 잇따르면서 해고된 노동자(농민공)가 약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부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택시 운전기사와 교사의 파업이 일어났고 중국 곳곳에서는 관공서에 몰려와 집단 항의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해고 노동자가 춘제 이후 2월부터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사회불안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2009년 세계 고용동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에는 실업자 수가 2007년보다 1800만∼3000만명 늘어날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실업률이 7.1%까지 치솟으면서 51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2007년 현재 1억7900만명인 전 세계 실업자 수는 올해 말 2억3000만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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