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중심부의 K스트리트. 로비스트 사무실이 밀집돼 있어 미국 특유의 로비문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워싱턴에 등록된 로비스트만 약 4만명에 달한다니 로비산업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로비스트란 말은 의원들이 법안에 투표하기 위해 모여 있는 대기실을 가리키는 ‘로비’에서 비롯됐다. 로비에서 정부 관리나 의원을 만나 정책이나 입법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하는 이익집단 대표를 로비스트라고 일컫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 대통령이 된 뒤 일과가 끝나면 백악관 부근 윌러드호텔에서 브랜디와 시가를 즐겼는데, 이 호텔 로비에 대통령에게 뭔가를 부탁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로비스트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설도 있다.
로비스트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대신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입법 활동 등을 하도록 설득한다. 그래서 로비스트라는 말은 암시장에서 정치적 거래를 하는 브로커를 연상시킨다. 미 행정부나 의회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은 정권 교체에 따라 관리와 로비스트 일을 오가며 하기 때문에 ‘회전문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변화’를 기치로 내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로비스트 규제에 나섰다. 존 포데스타 정권인수팀장은 지난 11일 정권인수팀의 첫 기자회견에서 로비스트의 기부금 거부 등 로비스트 배제 원칙을 천명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로비스트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포데스타는 “역사상 가장 투명하고 공개된 정권인수 작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공공이익을 최우선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 워싱턴’ 성향을 부각해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도덕정치’를 앞세워 워싱턴 정치개혁의 서막을 연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워싱턴의 당파주의와 정실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정치에 도덕적 색채가 뚜렷해지면, 이는 정책 기조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 폐쇄를 추진하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미국 도덕정치의 흐름을 예의 주시해야 할 때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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